롯데손해보험이 노동조합과 잠정 타결한 임금단체협약이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 조치와 맞물리며 내부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적기시정조치로 비상경영 체제가 불가피해질 경우 임금 인상안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다만 회사와 노조는 임단협 합의안은 예정대로 이행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 노조는 이날 금융감독원 앞, 익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적기시정조치 반대 시위를 예고했다. 집회는 첫날 금감원 앞에서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 다음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오후 1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참여 인원은 약 200명으로 추정된다.
이번 시위는 금융위의 경영개선권고 결정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금융위는 전날 정례회의에서 롯데손보에 대해 적기시정조치의 첫 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의결했다. 금융위는 경영실태평가에서 롯데손보의 자본적정성이 취약하다고 판단,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회사가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단협 합의안에 포함된 임금 인상분이 경영개선 이행 과정에서 유보되거나 소급 적용이 취소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오는 12월 예정된 퇴직연금 갱신 등 주요 영업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과 더불어 인력 이탈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노조는 잠정합의안을 조속히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증수 롯데손보 노조위원장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임단협 교섭이 중앙노동위원회까지 가는 등 극심한 대립 속에서 17차례 실무협의를 거쳐 지난달 30일 잠정합의안에 도달했다”며 “같은 날 저녁 금융위 안건소위원회에서 적기시정조치 통보가 내려졌고 이를 다음날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회사가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이유로 잠정합의안을 번복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이라며 “적기시정조치와 무관하게 잠정합의안은 정상적으로 확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측 역시 잠정합의안 이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적기시정조치와 무관하게 임단협 합의안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롯데손보는 금감원 경영실태평가에서 종합 3등급, 자본적정성 4등급을 받아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단기간 내 개선이 어렵다고 보고 이번 조치를 확정했다. 롯데손보는 2020년 말에도 종합 4등급을 받아 2021년 9월 경영개선요구를 유예받은 전례가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결정이 단순한 재무수치뿐 아니라 위험관리와 자본관리 수준 등 비계량적 요소를 포함한 종합 판단의 결과라는 입장이다. 예방적 조치의 성격이 강하며, 회사가 개선계획을 성실히 이행하면 조기 종료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롯데손보 노조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금감원이 지난해부터 롯데손보를 상대로 표적감사와 찍기검사를 이어온 결과가 이번 조치로 이어졌다”며 “경영진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책임도 크지만 이번 사태는 사실상 금융당국과 대주주의 쌍방 과실에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이 MG손해보험처럼 부실금융기관 지정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미 시장에 부실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 것이나 다름없다”며 “보험사 영업 특성상 이런 시그널만으로도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주주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향후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손보의 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금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소송이 제기될 경우 이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