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지난 8월께 금융지주사 전환 프로젝트를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재무적 투자자(FI)와의 분쟁이 원인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자본적정성 부담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올해 2월경 지주사 전환 프로젝트를 착수했으나 8월 무렵 사실상 진행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올해 초 지주사 전환 용역을 추진했지만 8월쯤 내부적으로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을 참여시켜 금융당국 설득에 나섰으나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사진=교보생명]

금융당국도 공식 절차가 진행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복수의 금융당국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수년 전부터 지주사 전환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금융지주회사 설립 인가 신청이나 공식 실무협의회는 지금껏 이뤄진 적이 없다”고 밝혔다.

보험사가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필요자본 대비 자기자본비율 10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비은행지주회사가 자본적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요건으로 산식 자체는 복잡하나 사실상 킥스(K-ICS)비율과 유사한 개념이다.

교보생명의 올해 상반기 말 킥스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후 199.2%, 적용 전 기준 152.7%다. 표면적으로는 기준선을 웃돌지만 경과조치 종료 이후까지 감안하면 자본여력이 장기적으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향후 자본규제 변화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 당국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필요자본 대비 자기자본비율이나 자회사 경영상태는 현행 기준상 문제가 없다”면서도 “보험사 자본규제는 최근 최종관찰만기 단계적 확대 등 합리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변동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지주사 전환의 또 다른 변수는 진행 중인 SBI저축은행 인수다. 교보생명은 지난 4월 이사회에서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자사주 제외 의결권 기준 58.7%)를 내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거래금액은 약 9000억원으로, 배당 등 경제적 권리는 30% 지분에 해당하는 만큼만 보유한다. 인수가격을 낮추는 대신 수익 배분을 제한해 실질적 경영권 확보에 초점을 맞춘 거래로 풀이된다.

현재 인수 건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BI저축은행 인수는 아직 심사 초기 단계로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인수 절차가 마무리돼야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작업도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은 자본비율 관리, FI 분쟁 해소, SBI저축은행 인수라는 여러 변수가 맞물린 복합 과제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보험사 자본규제 합리화를 예고한 만큼 교보생명이 안정적 자본구조를 확보하고, FI 갈등과 인수 절차를 마무리해야만 본격적인 전환 작업에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편 교보생명은 프로젝트 중단설에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프로젝트가 중단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며 “내부 TF가 여전히 운영 중이고 실무진이 관련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주사 전환을 멈추고 기업공개(IPO)를 우선 추진한다는 소문도 사실이 아니다”며 “지주사 전환과 IPO 모두 실무 차원에서 병행해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