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 간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분쟁이 일단락되면서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이 물살을 탈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신 회장이 풋옵션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창재 회장과 오랜 분쟁을 이어온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지난 7일 교보생명 보유 지분을 매각했다. 양사가 각각 설립한 투자목적회사(SPC)를 통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9.05%와 4.05%다.

[사진=신창재 회장, 교보생명]

이번 거래로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는 게 교보생명의 시각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어피니티 컨소시엄 내 4개 펀드 중 2곳이 투자금 회수를 결정했다"면서 "대장격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빠지면서 컨소시엄 해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짚었다. 이어 "다른 재무적투자자들과도 조만간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경영리스크가 해소 국면에 접어들면서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2023년 지주사 설립 계힉을 공식 발표했다. 본래 지난해 하반기에 전환을 계획했으나 어피니티와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투자자 간 분쟁이 완전히 끝나진 않아 예단할 순 없다"면서도 "풋옵션 분쟁이 마무리되면 지주사 전환 작업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무진 선에선 풋옵션 분쟁과 별개로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작업을 지속해왔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된 신 회장이 풋옵션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풋옵션 분쟁의 핵심은 교보생명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액이었다.

어피니티는 지난 2018년 풋옵션 행사 당시 주당가격 41만원을 적용했다. 반면 교보생명이 2023년 8월 우리사주조합과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자사주 2%를 매입할 당시 주당가치는 19만8000원으로 평가됐다. 어피니티가 제시한 가격과 2배 이상 차이다. 신 회장이 지주사 전환을 명분으로 주식가치를 재평가해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앞선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은 국내 생명보험업의 침체 속에서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풋옵션 분쟁과는 무관하다"며 "보험업법보다 규제가 완화된 지주회사법을 적용받으면 자회사 및 신사업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보생명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신 회장은 이른바 '자사주 마법'을 이용하지 못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자사주 마법은 인적분할시 자사주에도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가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지난해 말부터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