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200%룰 어겼나?" 교보라플, 광고비만 월보험료의 '15배'

출범 후 11년 연속 적자...과도한 광고비 수익성 악화 심화
업계, "사실상 광고비 아닌 판매 수당으로 봐야"

여지훈 승인 2024.09.12 10:04 의견 0

국내 최초 디지털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이 고액의 광고비를 법인보험대리점(GA)에 지급해 논란이다. 11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가운데 수익성 악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설계사 판매수당을 광고비 명목으로 우회지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라플은 시그널파이낸셜랩 등 일부 GA에 신계약 체결시 월초보험료의 1500%에 달하는 금액을 광고비로 지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대면 판매를 통해 사업비를 절감하는 통상의 온라인(CM)채널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시그널파이낸셜랩은 보험 분석·비교·추천 앱 '시그널플래너'를 운영하는 해빗팩토리의 자회사다.

[이미지=교보라이프플래닛 홈페이지 갈무리]


교보라플 관계자는 "당사는 해빗팩토리와 CPS(판매당 비용 지불) 형태로 광고계약을 맺고 있다"며 "시그널플래너가 산정한 광고비에 따라 계약을 체결해 정상적인 배너 광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해빗팩토리 관계자는 "설계사가 시그널플래너를 통해 교보라플 상품을 추천하고 계약 체결까지 완료하면 교보라플이 건당 광고비를 지급한다"면서 "일정 기간 내에 계약이 해지될 경우 기지급금 일부를 환수한다"고 밝혔다. 이어 "1차년도에 월초보험료의 1200% 내에서 금액을 지급받고 2차년도에 나머지를 분급하는 방식으로 광고비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그널파이낸셜랩이 주로 온라인 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교보라플과 제휴한 배경으로 꼽힌다. 교보라플은 디지털보험사다. 전체 보험계약의 대부분을 CM채널에서 판매해야 한다. 교보라플은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GA 몇 곳에도 접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집행되는 광고비의 수준이다. 계약 체결 건당 월초보험료 1500%에 달하는 광고비는 대면채널 설계사에 지급하는 판매수당으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교보라플이 1년 내 지급하는 광고비가 일명 '1200%'룰 이내란 점이 이러한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1200%룰은 설계사가 받는 첫해 수수료(시책 포함)를 월납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광고계약은 계약 쌍방의 협의에 따라 내용이 제각각일 수 있다"면서도 "통상 보험사가 GA에 위탁해 보험을 판매할 때는 광고비가 아닌 계약 체결 수수료 명목으로 대가를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수료 규정인 1200%룰 내에서 막대한 광고비를 집행한다는 사실 자체가 해당 금액이 계약 체결 수수료라는 걸 자인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보험 계리 전문가도 "보험사는 상품별 최적사업비 한도 내에서 적정 수준으로 사업비를 집행해야 한다"면서 "11년 연속 적자 중인 교보라플이 대면채널 판매수수료에 준하는 광고비를 집행하는 게 합리적인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교보라플은 보유계약 수를 늘리기 위해 적정 사업비 수준 이상으로 예정사업비를 책정해 온 것으로 안다"면서 "신임 대표 취임 후 그 수준을 더욱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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