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관리를 위한 하나손해보험의 자구책이 되레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다.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에 대한 과도한 설계 제한이 배경이다. 대면 채널의 확장이 필수인 시점에 설계사들로부터 외면받아 영업 채널이 더욱 위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손보는 지난해 11월부터 근접사고와 초근접사고 발생시 자사 상품에 대한 설계를 제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근접사고는 가입일로부터 1개월 이내, 초근접사고는 가입일로부터 1주일 이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GA 설계사는 본인이 모집한 계약에서 초근접사고와 근접사고 발생시 각각 3개월, 1개월간 하나손보 전상품에 대한 설계를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설계하지 못하면 판매도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영업권 박탈인 셈이다.
설계 제한의 기준이 되는 담보는 ▲2대질환류 진단·수술 ▲암진단류 ▲상해수술비류 ▲질병수술비류 ▲화상진단비 ▲골절진단비 ▲특정질병진단비류 ▲자동차부상치료(자부치)다. 그외 담보라도 동일한 보험사고가 2회 이상 반복되면 설계사는 3개월간 하나손보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된다.
통상 보험사는 설계사와 소비자가 짜고 보험금을 받기 위해 가입하는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가입 후 얼마 되지 않아 보험금을 청구하는 '근접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설계사는 판매를 제한한다. 보험료 수납 기간이 매우 짧은 상황에서 보험사고가 터진 셈이므로 손해율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
하나손보도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유발 계약의 모집을 방지하고 손해율을 개선하겠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웠다.
문제는 하나손보가 내세운 설계 제한 조건에 상해수술비가 포함돼 있는 것.
상해사고가 성립되기 위해선 우연성, 외래성, 급격성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보험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가 아닌 동시에 외부적 요인에 기인하며,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 상해보험으로 청구된 보험금을 하나손보가 지급했다면 이들 요건(우연성·외래성·급격성)이 충족됐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보험금이 지급됐다는 건 하나손보 본사도 해당 상해사고에 설계사나 가입자의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하나손보는 가입일로부터 1개월 내 상해수술비가 청구될 시 설계사의 설계를 제한했다. 상해사고를 사실상 설계사의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설계사를 잠재적인 보험사기 가담자로 보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GA 관계자는 "질병 담보나 보험금 규모가 큰 계약의 경우 설계사와 가입자의 공조에 의한 역선택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발생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해 담보에까지 책임을 묻는 건 설계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선정 기준인 암 진단비도 문제다.
통상 암 보험은 면책기간이 90일이다. 이 기간 중 암 진단이 확정되면 해당 담보는 무효 처리되고 납입한 보험료는 환급된다. 하나손보는 근접사고 발생시 보험금이 지급될 수 없는 청구건에 대해서도 설계사에게 책임을 물었다.
한 보험교육법인 관계자는 "하나손보가 설계사들에 경각심을 일으켜 보험금 청구를 지연하려는 심산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손해율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손해율 관리는 언더라이팅(보험가입 심사)이나 보상 부서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범죄자 취급까지 받으며 하나손보 상품을 판매할 설계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상해 담보의 경우 설계 제한을 하되 설계사에게 소명 기간을 우선적으로 부여하고 있다"면서 "암 진단비의 경우도 실제 발생되는 건은 없지만 향후 여러 담보가 생길 수 있으므로 선정 기준에 미리 포함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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