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보험 불법판매]下 걸려도 그만...지인 코드 돌려 쓰며 '또다시 불법영업'

뒷광고 꿀꺽한 DB수집 블로거...금소법 위반 '적용 가능'

여지훈 승인 2023.09.13 15:45 | 최종 수정 2023.09.13 15:49 의견 0

"어린이보험은 더 이상 컨설팅의 영역이 아닌 리베이트의 영역입니다"

보험영업 현장에서는 어린이보험 판매와 관련 유독 특별이익(리베이트) 제공이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어떤 금품을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 계약 성사가 판가름 난다는 것. 그럼에도 정상 영업하는 설계사들과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특별이익 제공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사진=블로그 비밀댓글 갈무리]

현행 보험업법 제196조(과징금)에 따르면 보험사가 특별이익 제공 규정을 위반할 경우 특별이익 제공 대상이 된 계약의 연간 보험료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불완전판매한 계약의 금액이 크다면 검찰 고발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보험사가 대상이다. 설계사 등의 보험모집인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최대 60일의 영업정지 처분이 고작이다.

즉 설계사가 작심하고 규정을 위반해 보험을 판매하더라도 영업정지 외의 금전적 부담은 적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특별이익 제공 관련 처벌은 계약 건보다는 금액으로 양정을 따진다"면서 "부당한 특별이익 제공으로 수백 건의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금액이 적다면 검찰 고발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게다가 설계사 중에는 가족이나 지인의 설계사코드를 빌려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정지 처분을 피하기 위한 우회책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다른 설계사 명의만 빌려 체결한 이러한 형태의 계약을 경유계약이라고 한다. 역시 보험업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블로그 후기를 통한 보험 모집도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블로그를 통해 유입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보험 판매가 성행할 경우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근거는 미비한 실정이다.

블로거 중 일부는 수개월 전 가입했던 태아보험 후기를 일정 기간 후 삭제한 뒤 다시 올리는 행태를 보였다. 설계사 연락처를 제공하며 건네는 멘트도 하나같이 흡사했다. 이들이 건네준 연락처는 동일인이거나 같은 지점 소속 설계사임이 드러났다. 정황상 블로거와 설계사 간 이해관계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현행 보험업법 제83조(모집할 수 있는 자)에 따르면 보험을 모집할 수 있는 자는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 보험중개사, 보험회사의 임직원으로 제한된다. 블로거들이 보험 모집을 한다면 이는 보험업법 위반이다.

하지만 블로거들의 행태가 보험 모집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제3자가 볼 수 없는 비밀댓글을 통해 설계사 연락처를 건네는데다 수사기관이 아니고서야 금전 거래가 있었는지도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법에 따른 광고규제 대상인지도 불명확하다. 현행 금융소비자법 제22조(금융상품등에 관한 광고 관련 준수사항)에서는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이 아닌 자의 광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는 금융상품에 대한 광고뿐 아니라 자문서비스나 금융거래 유인 관련 업무 등을 소개하는 업무광고도 포함된다. 설계사가 보험 관련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개하거나 '필요시 상담을 진행하겠다'는 식의 메시지와 연락처를 제공하는 것도 업무광고에 해당한다.

하지만 블로거들은 표면상 일반인이므로 광고규제 대상이 아니다. 해당 행위를 통해 설계사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았다든지 등의 이해관계가 드러난다면 문제가 되지만 수사기관이 아니라면 이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보험전문 변호사는 "업무광고를 할 수 없는 블로거가 업무광고를 올렸다는 걸 입증하거나 보험계약 체결에 따른 금전적 대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이는 보험모집 소개 수수료를 받은 셈이므로 보험업법 위반"이라면서도 "이들의 후기를 업무광고의 하나로 볼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설계사와 블로거들이 광고 계약 등으로 거래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금융소비자법에 따른 업무광고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면서도 "업무광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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