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험료 안 낮춰' 금감원, 협회에 예정이율 산출기준 확인하라 '압박'
시중금리 합리적 반영 여부 판단 위해
업계, 사실상 보험료 개입
김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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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1 09:57 | 최종 수정 2022.06.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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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보험협회에 각 보험사들의 보험료산출이율(예정이율)을 제대로 산출하고 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각 보험사의 예정이율이 어떻게 산출되고 있는지 보겠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업계는 금융당국이 보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생명보험협회 등을 통해 각 보험사의 예정이율 산출 방법에 대한 동향을 살피라고 지시했다. 예정이율 산출 방법이 합리적인지 확인하겠다는 의미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정이율에 급등한 시중금리를 반영할 수 있는지, 어떤 가정으로 예정이율이 산출되어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각 사의 동향을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시점까지 보험료를 굴려 낼 수 있는 최소 예상 수익률을 의미한다. 시중금리와 운용자산수익률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예정이율이 0.25% 높아지면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가격이 최대 10% 이상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
금감원이 예정이율 산출 방법을 보고 있는 것을 두고 업계는 사실상 보험료 인하 압박이라고 해석한다. 즉 시중금리가 상승했으니 예정이율을 올려 보험료를 그만큼 하향 조정하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형 손해보험사는 올해 초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예정이율을 0.25%p가량 올렸다. 즉 보험료를 5~10% 정도 낮춘 것. 반면 대형 생명보험사는 아직 예정이율을 조정하지 않았다.
대형 생보사는 예정이율을 인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시중금리가 아직 운용자산수익률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생보사는 자산의 약 60%를 채권에 투자하며, 자산 듀레이션(잔존만기)은 통상 10년이다. 교체매매를 통해 시중금리가 운용자산수익률에 반영되려면 최소 2년 이상 걸린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분석이다.
지난 2012년 2월 시중금리(국고채 10년물)는 3.81%였고 예정이율은 3.50%였다. 2015년 4월 시중금리는 2.18%로 급락했지만 예정이율은 그제서야 0.25%p 낮춰 3.25%로 조정했다. 즉 금리변동 시기에 3년이 넘게 높은 예정이율을 적용하고 있었다.
지금은 2014년과 반대 상황이라는 게 생보업계 주장이다. 시중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다 다시 급등하는 변곡점이 발생했지만, 시중금리를 예정이율에 반영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거다.
반면 금융당국은 이와 같은 주장이 변명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과거에는 투자할 수 있는 장기채권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30년물 물량이 적지 않다는 게 배경이다. 예정이율을 인상한 후 발생한 수입보험료를 따로 관리하면 된다는 의미.
즉 예정이율을 올린 상품으로 발생한 수입보험료는 금리가 높은 다른 채권으로 매칭시켜 놓으면 운용자산수익률에 문제가 없다는 것. 이에 시중금리에 맞춰 예정이율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정이율 변경은 곧 가격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면서 “금융당국이 직접 가격에 개입할 수 없으니 간접적으로 보험료 인하 압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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