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실차 키우는 하나손보...배성완 대표 취임 후 실적 압박 탓?

영업조직 무리수...작성계약 유도 의혹
2년 시점 대량 해지 발생 우려...확대된 예실차가 CSM도 왜곡

여지훈 승인 2024.04.26 11:19 의견 0

하나손해보험이 실적 압박에 따른 무리한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관련기사: 하나손보, 작성계약 유도...문제 생기자 판매 중단 후 '설계사 탓?'].이로 인해 향후 예실차(예정과 실제의 차이)가 확대되는 등 기업가치는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예실차 확대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을 왜곡시킬 수 있다. 하나손보는 최근 GA담당 영업조직이 설계사를 상대로 차익거래 목적의 작성계약(해지를 전제로 한 계약)을 유도, 이슈가 불거지자 해당 플랜 판매를 중단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손보는 이달 간편건강보험 실적 목표치가 평소의 약 2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목표를 채우기 위해 작성계약을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무리한 간편건강보험 실적 목표 조정은 장기보험 비중을 늘리고 CSM 규모를 키우기 위한 복안으로 해석된다.

하나손보의 지난해 말 CSM은 1837억2040만원. 연초(1186억2580만원) 대비 35.4% 증가했지만 절대적인 규모로 보면 큰 수준은 아니다. 자동차보험에 편중된 포트폴리오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미지=하나손해보험]

CSM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통해 거둬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장래 이익이다. 해마다 만기가 돌아오는 자동차보험 특성상 신계약을 체결해도 CSM 증가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지난해 하나손보가 자동차보험에서 거둔 보험료는 3192억3300만원. 전체 원수보험료(5707억3600만원)의 과반을 차지한다.

문제는 간편건강보험 판촉 과정에서 GA영업단이 해지조건부계약을 유도했다는 데 있다. 일부 영업단이 간편건강보험 내 간편치매플랜에 가입한 뒤 2년 후 계약을 해지하면 월보험료의 1160%에 달하는 무위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 문자를 전달한 것. 사업단장이 직접 GA를 방문, 계약 체결을 권유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1영업일 초회보험료만 1억원가량이 집중됐다는 후문이다. 평소 하나손보의 실적을 감안하면 굉장히 큰 규모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배성완 대표 취임 이후 높아진 실적 압박으로 인해 영업조직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GA 관계자는 "하나손보가 이달 평소의 배 이상의 실적 목표치를 설정한 것으로 안다"면서 "내부 직원으로부터 감당할 수 없는 목표치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도 배성완 대표 취임 이후 실적 압박이 증가한 게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의 예실차 및 CSM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초 보험사가 예측한 보험계약 유지율과 손해율 가정이 있을 것"이라면서 "실제 결과가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예실차(예정과 실제의 차이) 관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태처럼 단기 실적 목표를 채우기 위해 해지조건부 계약을 유도한다면 특정 시점에 대량 해지가 발생하면서 막대한 예실차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CSM 등이 크게 왜곡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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