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경고 무색... "유사암 추가 2천만원 가입됩니다"
2024년도판 '암백유천'
업계 전문가 "보험료 산출 적정성 들여다봐야"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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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14:25 | 최종 수정 2024.04.2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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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의 경고가 무색해졌다. 보험사들이 수익성 높은 암보험 업셀링(추가 판매)을 위해 유사암 보장한도를 상향했다. 금감원은 지난 2022년 유사암 보장한도 감액을 권고했고 보험사는 일반암의 20% 한도로 축소했다. 하지만 경쟁 심화로 인해 보장한도가 다시 높아지는 분위기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가 이달부터 '유사암진단비 2000만원 플랜'을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보험사는 통합형일반암진단비 내에서도 일부 보장한도만 높이는 방식을 사용했다. 유사암진단비 보장한도를 일반암진단비의 20%로 설정하고 있는 업계 관행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2024년도판 '암백유천' 경쟁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암백유천은 '일반암진단비 100만원, 유사암진단비 1000만원 플랜'의 줄임말이다.
지난 2022년 손보사들은 일반암 보장금액을 축소하는 대신 유사암 보장금액을 높여 판매에 고삐를 당겼다.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감원이 제동을 걸었다. 실제 치료비보다 보장금액이 과도해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손보사들은 유사암진단비 보장한도를 일반암진단비의 20% 내에서 정하기로 암묵적인 협의, 금감원 권고에 화답했다.
하지만 최근 경쟁이 재점화됐다. 이번엔 암 종을 구분했다. 일반암 전체가 아닌 특정 암에 대해서만 1억원을 보장했다. 대신 유사암 보장한도는 그 20%인 2000만원까지 상향했다.
가령 롯데손보 '만만해 암플랜'의 경우 통합형일반암진단비 보장은 8개의 세부 보장 그룹으로 나뉜다. 이 중 12대특정암진단비의 보장한도만 1억원으로 설정, 나머지 7개 그룹의 보장한도는 100만원으로 맞춰 놓는 식이다. 일반암(12대특정암진단비) 보장한도가 1억원이므로 업계 관행상 유사암진단비 보장한도는 2000만원까지 가능하다.
일반암을 세부적으로 구분하진 않은 2022년과는 다른 방식이다. 하지만 유사암진단비 보장한도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꼼수 판매라는 시각이다. 발병률은 높지만 치료비는 적게 드는 유사암의 보장금액이 높아지자 가입자도 증가 추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암의 20% 한도 제한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면서 "유사암진단비 과당경쟁을 지양하자는 업게 협의가 소용 없게 되는 격"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선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보험료 산출 과정부터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손해를 웃도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은 계속 난립할 것이므로 출시마다 제재를 가하는 땜질식 처방은 비효율적이란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전문가는 "유사암 발병시 2000만원 보장한도를 원하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라면서 "단순히 보장한도의 고저를 문제 삼는 건 이들 소비자의 니즈를 외면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료가 산출되는 과정에서 적절한 위험요율이 반영됐는지 살펴보는 게 우선돼야 한다"면서 "매출 증대만을 위해 적절한 위험요율 반영 없이 보험료를 산출한 보험사를 제재하는 게 좀 더 근원적인 처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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