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양생명, 신용정보법 위반 정황...벌금만 수천억

위반시 그해 매출액의 3% 부과...보험업법보다 무거운 과징금
고객 동의 넘어 제3자에 개인신용정보 임의 제공

여지훈 승인 2024.04.22 16:51 | 최종 수정 2024.04.22 17:05 의견 0

동양생명이 국내 보험사 최초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저우궈단 전 대표 시절 금융감독원 종합검사에서 다수의 신용정보법 위반 정황이 드러난 게 배경이다. 회사 이미지와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이 신용정보법 위반건으로 막대한 과징금을 물게 될 위기에 처했다. 신용정보주체의 동의 범위를 넘어 제3자에게 임의로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한 것이 대표적인 위반 행위로 꼽힌다. 현행 신용정보법에 따르면 신용정보이용·제공자가 개인신용정보를 임의로 제공한 경우 연간 매출액의 최대 3%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사진=동양생명]

신용정보법상 과징금은 행위연도의 매출액에 기초, 건별로 산출하는 게 원칙이다. 가령 2020년 총 10건의 신용정보법 위반행위가 있었다면 10건 각각에 대해 2020년 매출액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는 뜻이다.

동양생명의 2020년과 2021년 연간 매출액은 각각 6조9500억원, 6조3500억원. 2020년 신용정보법 위반 건이 1건만 있더라도 최대 2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맞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위반 건이 1건 늘어날 때마다 4000억원, 6000억원 등으로 과징금이 불어난다는 계산이다. 다수의 위반 건으로 양정 되더라도 최대 수천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예상된다.

통상 금감원 종합검사의 경우 5년에 걸친 내역이 조사 대상이다. 과징금 규모가 최소 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지난 2018년 미트론(육류담보대출) 사기로 약 3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이후 최대 위기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용정보법 위반으로 부과될 과징금 규모는 보험업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보험업법 위반시엔 관련 계약 수입보험료의 일정 비율만큼 과징금이 부과되지만 신용정보법 위반시엔 매출액에 기초해 과징금이 산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반건이 다수라면 동양생명의 당기순이익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 과징금으로 부과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양생명은 이런 사실이 드러난 지난 2022년 금감원 팀장급 인사를 감사 임원으로 영입했다. 신용정보법 위반에 따른 제재 수위를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해당 감사는 금감원 검사 관련 대응에서 견해 차이로 수개월만에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내부통제 책임자들은 이문구 신임 대표 취임 직후 이뤄진 인사에서 여전히 경영진으로서 요직을 유지했다[관련기사: [단독] 이문구 동양생명 사장은 대표 대행?...1년 바지사장 논란].

최근 동양생명은 금감원 전직 국장인 A씨를 새로운 감사로 내정했다는 후문이다. A씨는 차수환 금감원 부원장보의 동기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보통신(IT) 위주의 업무만 담당해 보험사 감사직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란 평가다. 차 부원장보는 현재 보험라인을 총괄하고 있다[관련기사: 금감원 전직 국장 모시는 동양생명..."정무적 판단 작용"].

보험업계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용정보법 위반에 대한 제재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A씨가 차 부원장보의 동기라는 점이 동양생명에 유리한 쪽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란 정무적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국내 다른 보험사에서도 유사한 신용정보법 위반 정황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제재 수위가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으로서도 업계에 미칠 파급력 등을 고려해 제재안을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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