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피콜 칭찬 받은 DB손보...올해에는 대대적인 소명요구 '왜'
금감원, 정기검사에 불완전판매 의심 사항 자료 요청
최근 5년 자료까지 소명하라...무리한 요구에 설계사 '부글부글'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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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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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손해보험이 해피콜(설명의무 이행 확인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소명을 요구하고 나서 문제가 되고 있다. DB손보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해피콜을 통한 '완전판매 모니터링' 우수 사례로 선정된 보험사다.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단기 실적 증대를 위해 내부통제를 느슨하게 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이달 초 전속·GA 설계사 등을 대상으로 '계약자 연락처 변경 후 해피콜 진행 건에 대한 소명'을 대대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이 현재 진행하는 정기검사에서 불완전판매 의심 사안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 것이 배경이다.
소명 기간은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약 5년이다. 이 기간 중 계약자 연락처를 수정, 해피콜이 정상 진행되지 않은 건이 대상이다. 기간이 워낙 길어 소명 대상 계약만 수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피콜은 보험사가 직접 신규 가입자에게 전화를 걸어 가입한 보험상품의 중요내용과 판매절차 등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점검하는 제도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 완전판매를 지향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민원 및 분쟁 소지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한다.
하지만 일부의 경우 해피콜을 우회하기 위해 계약 체결시에만 동료나 지인 연락처를 기재한다. 해피콜 진행 후 고객 연락처로 바꾸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계약 완료를 위해 해피콜은 진행하지만 고객은 해피콜이 왔는지 알 수도 없다. 이 같은 해피콜 우회 전략은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감원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작성계약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해피콜을 살펴보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작성계약은 설계사가 영업실적·판매수수료 수취 등을 목적으로 타인 명의로 계약을 체결한 뒤 보험료를 대납하는 허위계약을 말한다.
금감원의 이 같은 요청은 당연한 것으로 업계는 이해한다.
문제는 DB손보의 무리한 요구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광범위한 자료를 단기간에 소명하라고 요청한 것이 배경. DB손보 본사의 내부통제 문제를 설계사에게 전가하려는 것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특히 DB손보는 지난해인 2023년 금감원으로부터 해피콜 통한 '완전판매 모니터링' 100%를 달성해 금감원 우수사례로 선정된 곳이다. 이런 DB손보가 대대적인 소명을 하는 것에 대해 업계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평가다.
한 보험설계사는 "DB손보가 극히 짧은 시간만 주고 수년 전 계약을 체결한 고객에게까지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소명하지 못할 경우 수천만원에 이르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보험대리점 관계자는 "일부 설계사에 의한 불완전판매나 작성계약을 적발해내려는 의도는 이해한다"면서도 "소명 절차로 인해 다른 업무가 마비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일이 반복되면 DB손보 상품 판매가 어려울 정도"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DB손보의 전산 취합 과정에서의 오류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정기검사와 전산실 오류가 맞물려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됐다는 지적이다. 취재 결과 고객 번호를 변경한 뒤 정상 체결한 계약, 과거 이관받은 고객을 새 상품에 가입시키는 과정에서 번호를 변경한 계약 등까지 소명 대상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DB손보 관계자는 "정기검사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외부로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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