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제대로 청구할래" 손보사, 지난해 독립손사 선임건 4배 ↑

알릴의무 강화·플랫폼 발달 영향
손해사정 공정성·객관성 제고↑
낮은 보수, 설계사 유인 줄여 활성화에 걸림돌

여지훈 승인 2024.04.08 15:30 | 최종 수정 2024.04.08 15:31 의견 0

보험소비자가 독립 손해사정사를 선임, 보험금 청구를 하는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손해사정사 선임권 제도 활성화의 첫 능선을 넘겼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손해사정사가 받는 낮은 보수 등은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가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한 건수가 일제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손해보험에서의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손해보험사는 ▲KB손해보험 41건→88건 ▲현대해상 17건→83건 ▲DB손해보험 12건→76건 ▲흥국화재 2건→29건 ▲삼성화재 4건→14건 등으로 증가했다. 이들 5개 보험사의 선임 건수를 합하면 1년만에 4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다만 절대적인 수치는 여전히 미미해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생명보험사는 ▲한화생명 17건→30건 ▲삼성생명 7건→12건 ▲교보생명 3건→8건 등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독립손해사정사 선임이 손보사들이 장악한 실손의료보험에서 주로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미지=각사 경영공시]

손해사정사 선임권 제도는 보험금 청구 고객이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손해사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시행됐다. 보험사 측 손해사정사가 보험사에 유리한 판단으로 보험금을 과소책정할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

다만 그간 낮은 인지도로 인해 제도만 있을 뿐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최근에야 활성화 방안 및 플랫폼의 발달로 인해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시각이다.

현재 보험사는 손해사정 대상인 보험사고·보험청구건에 대해 소비자가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소비자가 안내받은 날로부터 3영업일 내에 선임의사를 통보하고 보험사가 이에 동의한다면 손해사정사 보수는 보험사가 부담한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제도를 인지,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플랫폼의 발달도 제도 활성화에 한몫 했다는 평가다. 대표적 플랫폼으로 '올받음'이 꼽힌다. 올받음은 자격을 갖춘 손해사정사와 보험소비자를 매칭해주는 플랫폼이다. 지난해 국내 전체 손해사정사 선임건수 548건 중 70%(380건)가 올받음을 통해 이뤄졌다. 2022년 전체 손해사정사 선임건수(154건)의 2배를 웃도는 수치다. 올받음이 지난해 본격 운영된 점을 감안하면 제도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평가다.

염선무 어슈런스(올받음 운영사) 대표는 "소비자와 손해사정사 간 비대면 계약을 가능케 하고 복수의 현장조사 건을 지역별로 한 번에 묶어 배정하는 업무시스템을 구축한 게 주효했다"면서 "지난 1월 보험업법이 개정되면서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권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보험협회 한 관계자는 "현재 3영업일인 손해사정사 선임 여부 판단기간을 10영업일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며 "개정된 보험업법 시행에 맞춰 소비자 편익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독립 손해사정사의 낮은 보수 등은 제도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복수의 독립 손해사정사는 "현재 선임되는 독립 손해사정사는 보험사로부터 20만원 내외의 보수를 받는다"면서 "서류 발급에서부터 조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들이는 노력 대비 보수가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험사 동의를 받기 위해 갖춰야 할 인적·물적 기준을 만족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면서 "영세사업자가 다수인 독립 손해사정사로서는 낮은 가성비로 인해 의뢰를 잘 받지 않으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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