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품 이슈 중심의 보험 영업...배경은?

김승동 승인 2024.04.04 10:27 | 최종 수정 2024.04.04 11:33 의견 0

보험설계를 하는 보험설계사가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보험광고를 하는 보험설계사가 차지했다. 그 배경은 법인보험대리점(GA)의 영향력 확대다.

최근 현장에서는 삼성화재가 화두다. 그리고 빠지지 않고 삼성생명이 언급된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화재는 상품을 가볍게 만들기 시작했다. 일명 ‘담보 쪼개기’. 무거웠던 상품을 나눠 보험료 부담을 낮춰 GA를 공략을 본격화했다. 여기에 판매수당이나 시책을 높인 것은 당연하다.

김승동 뉴스포트 기자


과거 ‘슈퍼플러스보험’으로 대표되는 통합보험이 ‘○○플랜’으로 가벼워졌고 현재는 특정 담보만 선택, 이슈화하는 것이 GA공략의 핵심이다.

삼성화재는 간병일당→입원일당→암주요치료비 그리고 최근의 수술비까지. 이슈를 발굴했고, 이슈 확대를 위한 비용(수당+시책)을 감내했다. GA소속 설계사도 삼성화재가 주도한 이슈를 소비자에게 광고했고, 광고를 본 소비자는 구매(청약)로 화답했다.

주계약+종속계약(특약)으로 끈끈하게 연결됐던 상품을 주요 담보별로 구분했다. 상품이 가벼워진 덕분에 보험설계사는 설계를 할 이유가 사라졌다. 이슈 중심의 담보가 상품으로 판매되면서 소비자는 보험을 이해하기 쉬워졌다.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 컨설팅의 필요성은 다시 낮아졌다.

이처럼 보험상품이 가벼워지는 동시에 이슈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첫 번째는 GA의 영향력 확대다.
전속설계사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사의 경우 매출 확대를 위해 GA와 연대가 필수였다. 이에 GA 맞춤 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일명 ‘오더메이드’ 상품이다. 오더메이드는 상품이 단순하고 보험료 경쟁력이 높았다. 그럼에도 판매수당은 적지 않았다. GA본사는 설계사 교육에 투자하는 비용 없이 설계사 규모만 확보하면 오더메이드 상품을 팔아 충분한 이익을 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교육의 부재다.
보험사는 전속설계사 교육에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했다. 설계사는 교육을 듣고 능률을 올린 후 더 높은 판매수당을 따라 GA로 이동했다. 그런 흐름이 반복되자 보험사는 설계사 교육에 대한 투자 대신 GA와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시책을 늘리기 시작했다. 설계사 개개인의 로열티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닌 GA와 전략적 협업이 더 효율성이 높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세 번째는 IFRS17의 도입이다.
회계기준이 변경되자 저축성보험의 수익성 매력이 감소했다. 이에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체질개선이 필요했다. 보장성보험을 잘 팔기 위해 재무설계가 필요한 통합보험 대신 가볍고 이해하기 쉬운 담보 이슈 위주의 영업방식이 주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종신보험의 중요성은 커졌지만 평균수명 증가 및 문화가 변경 등의 영향으로 종신보험 가입 니즈는 줄었다. 이에 생명보험사도 건강보험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건강보험을 팔기 위해서 상품 단순화 전략을 가지고 나왔다.

네 번째는 시장 포화로 인한 업셀링이다.
보험시장이 포화되어 있다. 이에 기가입자는 이미 기본적인 보장을 갖추고 있다. 리모델링으로 과거 상품을 깨고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부족한 보장만 추가로 가입하는 업셀링 전략이 필요해진 것이다. 즉 시장 포화로 담보가 세분화 된 셈이다.

현재 삼성화재는 완벽한 전략을 짜고 GA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홍원학 사장은 전신인 삼성화재에서 파악한 전략을 현재 삼성생명에 그대로 이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슈를 발굴하고 이슈를 확대하고 이슈를 광고한다. 발굴→확대→광고 전략이 명확하니 투입된 비용(수당+시책) 대비 많은 상품이 팔려 이익이 챙길 수 있다. 다시 다른 이슈를 발굴하는 것을 반복한다.

문제는 업계 1위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이 이처럼 GA를 공략하자 바로 2위권 보험사부터 위축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가장 고난을 겪을 곳은 소형사다. 이슈 발굴 능력, 상품 경쟁력 등을 따라갈 수 없는 소형사는 봄이 오는 길목에서도 한겨울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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