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문구 동양생명 사장은 대표 대행?...1년 바지사장 논란

조직개편에도...저우궈단 내부통제 책임자 요직에
검찰 수사中 출국금지 저우궈단...여전히 비선실세

여지훈 승인 2024.04.18 15:53 | 최종 수정 2024.04.18 17:00 의견 0

이문구 동양생명 대표가 취임 두달도 안 돼 역풍을 맞고 있다. 취임 직후 진행한 인사에서 과거 내부통제 책임자들을 요직에 들어앉힌 게 배경이다. 이 대표의 공식 임기도 1년에 불과해 이런 의혹에 더욱 힘이 실린다.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 출국 금지 중인 저우궈단 전 대표가 아직도 동양생명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난 15일 기구직제 및 인사 개편을 통해 저우궈단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불리던 인물들을 요직에 임명했다. O상무, S상무 모두 자리를 이동했을 뿐 여전히 임원으로 발령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저우궈단 전 대표 시절 내부통제 업무에 깊게 관여한 인물로 거론된다.

[이미지=이문구 대표 임기 공시]

동양생명 내부적으로도 이번 인사에 대한 반발이 극심하다. 그간 부실한 내부통제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인물들이 회사 주역으로 요직을 꿰찬 탓이다.

보험업계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동양생명은 저우궈단 전 대표 시절 부실한 내부통제로 인해 수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면서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수시검사를 받은 것은 물론 과거 종합검사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잘못에 책임을 묻지 않는 회전문 인사로 내부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양생명 관계자도 "새 기구직제와 인사를 발표하면 과거 잔재를 청산하고 회사를 새롭게 꾸려나가겠다는 방향성이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면서 "직원들 사이에선 이문구 대표가 아무런 실권도 없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수시검사 결과 올해 3월 동양생명에 3건의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저우궈단 전 대표 주도의 불합리한 장충테니스장 사업권 인수와 대표·임원 등에 대한 경비 지원에 있어 업무처리 절차가 미흡했다는 이유에서다.

저우궈단 전 대표는 제재 결정이 공시되기 전인 지난 2월, 자진 사퇴했다. 또 동양생명에 대한 금감원 조치와는 별개로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돼 검찰 수사 대상으로 현재 출국금지 상태다.

그럼에도 동양생명과 1년간 고문 계약을 체결, 매월 적지 않은 급여를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동양생명 출신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우궈단 전 대표가 회사로부터 운전사까지 지원받으며 테니스장에 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배임·횡령 건으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임에도 여전히 회사가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문구 대표의 '바지사장설'이 힘을 받는 데는 그 짧은 임기도 한몫했다.

이문구 대표는 이사회 및 임원추천위원회로부터 단독 추천을 받아 지난 2월 29일 취임했다. 하지만 임기는 내년 2월 28일까지로 1년에 불과하다. 대다수 회사가 정관이나 내부규정을 통해 대표 임기를 2년 이상으로 규정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문구 대표는 취임 전까지 영업 관련 업무만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동양생명에 입사해 GA사업단장과 영업본부장,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서의 경력만 있을 뿐이다. 통상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거쳐야 할 관리·경영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이다. 그럼에도 후임 대표로 단독 추천을 받은 것도 저우궈단 전 대표가 쉽게 입김을 가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재선임된 사외이사들의 임기도 3년으로 정해졌다"면서 "신임 대표 임기를 1년으로 했다는 것은 사실상 이사회 멤버로서 보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표면상으론 저우궈단 전 대표가 사퇴했지만 여전히 배후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뉴스포트는 동양생명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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