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손보, 작성계약 유도...문제 생기자 판매 중단 후 '설계사 탓?'
2년만 유지하면 1160% 수익...차익거래 방지 금감원 가이드라인 무시
문제 커지자 판매 중단...완전판매한 설계사만 피해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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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16:11 | 최종 수정 2024.04.2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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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손해보험이 차익거래 목적의 작성계약(해지를 전제로 한 계약)을 유도해 논란이다. 설계사 본인 계약까지 시상(성과수당)을 인정한다고 한 뒤 작성계약 이슈가 불거지자 돌연 상품 판매를 중단해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 설계사를 상대로 본사가 비도덕적인 영업을 유도했다는 지적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나손보 일부 GA영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작성계약을 유도하는 안내 문자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355간편건강보험(간편심사형) 2종 세만기 상품 내 간편치매플랜에 가입한 뒤 2년 후 계약을 해지하면 월보험료의 1160%에 달하는 무위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정식 시상안에서도 이달 3주차 체결건에 한해 본인계약 체결시라도 시상을 준다고 안내해 많은 설계사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령 월보험료 10만원의 보험계약을 체결하면 판매수당(수수료·시책)으로 약 260만원을 받는다. 2년 후 계약을 해지하면 환급받는 금액은 약 96만원이다. 이때까지 보험사에 납입한 총 보험료는 240만원이다. 결과적으로 2년간 총 116만원(=260+96-240)의 무위험 차익을 얻게 된다는 셈법이 나온다. 이를 투자수익률로 환산하면 2년간 무려 50%에 달한다.
작성계약은 판매수당 환수기간이 지난 후 해지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을 말한다. 설계사의 수입(판매수당·해약환급금)이 지출(납입보험료)보다 많아 무위험 차익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금융감독원은 작성계약이 보험 모집질서를 저해하고 계약 유지율 하락 등 부작용을 발생시킨다고 판단한다. 이에 지난해 보험계약 전 기간에 걸쳐 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수료 지급기준 등을 개선하도록 보험사들에 주문한 바 있다.
한 대형 GA 관계자는 "하나손보에서 2년 후 해지를 독려하는 영업 방식을 권유하며 접촉해왔다"면서 "해당 권유를 받은 일부 지점은 상당수의 작성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 초회보험료만 1억원가량이 유입됐다고 들었다"면서 "이는 평소 하나손보 실적을 생각하면 굉장히 큰 규모"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하나손보 관계자도 "해당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건 지방권"이라면서 "판매 실적을 올리려는 일부 지점장을 중심으로 해당 내용의 문자가 빠르게 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사업단 단장들은 직접 대형 GA에 방문, 2년 해지를 독려하는 영업방식을 권유하기도 했다"면서 "해당 이슈가 불거지자 사측에서 돌연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 본사가 작성계약 유도...문제 생기자 '설계사 탓'
하나손보의 갑작스런 상품판매 중단으로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완전판매를 한 설계사까지 피해를 본다는 것. 당초 시상안에 400% 연속가동(2개월 이상 동일 상품 판매) 조건이 있었던 게 배경이다. 가령 설계사가 이달 월보험료 100만원에 상응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다음달 실적 목표치도 충족했다면 400만원의 시상을 받는다는 의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초 연속가동 조건을 보고 해당 상품 계약을 체결한 설계사들도 상당할 것"이라면서 "이들은 해당 상품 판매가 막히면서 연속가동 조건에 따른 시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하나손보가 실적 제고를 위해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가 큰 영업 방식을 방조한 뒤 문제가 커지자 작성계약한 설계사들만 탓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작성계약을 방조한 적은 없다"면서 "GA 설계사들 사이에서 해당 상품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견돼 판매를 중단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연속가동 조건은 다른 보장성상품 판매로도 달성할 수 있어 정상계약을 체결한 설계사들에까지 피해가 확산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업 현장에서는 설계사들이 하나손보의 다른 상품을 판매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하나손보는 상품 라인업이 다양하지 않은 데다 보험료 경쟁력도 높지 않다"면서 "상품 경쟁력이 낮은 상황에서 설계사들이 작성계약 정황을 의심받으면서까지 하나손보 상품을 판매할 유인은 적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히 연속가동 조건 미달로 정상 계약한 설계사들의 시상만 축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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