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들에게 과도한 특별이익(리베이트) 제공을 약속하며 태아보험을 팔아온 설계사들이 무더기로 금융당국의 검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보험업법에서 금지하는 특별이익의 최대 10배에 달하는 금품을 제시, 가입자들을 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관련 내용을 검토, 상시검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13일 뉴스포트 취재를 종합하면 소속설계사 5000명 이상의 국내 A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의 내부통제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B지점 소속 설계사들이 과도한 페이백을 내세우며 어린이종합보험을 판매해왔음에도 자체적인 통제가 되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해당 설계사들은 산모를 대상으로 어린이종합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했다. 태아보험은 어린이종합보험에 포함된 특약 중 하나다.
지난해 B지점 등록 설계사 수는 18명. 이들은 인당 월납보험료 매출을 월평균 약 500만원씩 올리고 있던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 대형 보험사 중 한 곳은 지난해 장기신계약 매출 10억원 달성에 대한 공로패까지 전달했다.
하지만 이 같은 매출은 정상적인 영업방법으로는 불가능한 실적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GA 관계자는 "해당 실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인당 일 4~6건의 계약을 지속적으로 체결해야 한다"면서 "여러 병원을 끼고 맘카페 등을 통해 대량의 DB를 확보한 게 아니라면 불가능한 실적"이라고 짚었다.
다른 보험업계 전문가도 "사이버마케팅(CM) 채널이 아니라면 고객과 초회 대면을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면서 "서울 지역만 놓고 봐도 고객이 매일 방문한 게 아니라면 정상 판매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국 각지의 불특정 고객을 상대로 비대면 계약이 진행된 것이라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이처럼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던 이면에는 현금 페이백을 유인책으로 내세운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해당 지점 설계사들은 20년납 체결시 월납 보험료의 5배, 10년납 체결시 월납 보험료의 4배에 이르는 현금 페이백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판매된 어린이종합보험의 월납보험료가 5만원 내외임을 감안하면 건당 20만~25만원을 가입즉시 현금으로 제공한 셈.
이는 명백한 보험업법 위반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월납보험료의 500%에 달하는 현금 페이백은 보험계약 체결을 유도하는 명확한 불법 행위"라고 밝혔다.
보험업법에서는 연납 보험료의 10%와 3만원 중 더 적은 금액만 특별이익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월납 보험료를 4만원으로 잡아도 연납 보험료는 48만원이다. 다시 말해 제공되는 금품은 3만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
이들 불법 영업을 진행한 설계사들은 주요 모집채널로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모집채널로 의심되는 블로그들을 취재한 결과 이들의 패턴이 매우 유사했다.
우선 블로거가 5개월치 현금 페이백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태아보험 가입 후기를 작성한다. 그리고 말미에 해당 설계사와 연락을 원할 시 비밀댓글을 남겨달라고 안내한다. 태아보험을 검색하다가 들른 산모들이 비밀댓글을 남기면 블로거들이 설계사의 연락처를 건네주는 식이다.
해당 블로그들에는 통상 수백개의 비밀댓글이 달려 있었다. 비밀댓글이므로 제3자로서는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이에 직접 댓글을 달아 설계사 연락처를 문의했다. 대부분 20분 내외로 답글이 달렸다. 블로거들은 하나같이 본인의 소개로 왔다고 말하면 설계사들이 더 많은 사은품을 챙겨줄 것이라고 안내했다.
실제로 블로거 소개를 받고 온 가망고객에게 설계사들은 현금 외에도 아기옷 세트와 산모특약 비용까지 지원하겠다고 안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금액까지 합산한다면 3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보험업법에서 허용하는 리베이트 규모의 10배에 이르는 액수다.
블로거로부터 건네받은 설계사들 연락처로 직접 전화해봤다. 모두 B지점 소속이었다.
보험업법 위반 사실을 지적하자 한 설계사는 "특별이익을 주고 싶어서 주는 게 아니다"면서 "요즘 너나할 것 없이 주다보니 주지 않고는 도저히 영업할 수가 없어서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본인의 특별이익 제공 사실을 한사코 부정하던 다른 설계사는 "태아보험을 판매하는 설계사들 중 특별이익을 제공하지 않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며 "7~10배의 특별이익을 제공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A사의 준법감시부서에 해당 설계사들의 불법 영업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물었다. A사 관계자는 "관련 상황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가 없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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