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누적적자 600억 악사손보, 배당하겠다 '요청'...금감원 ‘NO’

회계전환에 부채 줄어...결손금→잉여금 반전 가능
악사, 이익잉여금 배당재원으로 활용토록 요구
금감원, 줄어든 보험부채 자본으로 인정...사외 유출은 안돼

김승동 승인 2022.08.01 13:02 | 최종 수정 2022.08.01 19:58 의견 0

지난해 기준 약 600억원의 결손금을 기록하고 있는 AXA손해보험(이하 악사손보)이 배당을 하겠다고 나서 눈총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결손기업이 회계전환으로 이익이 생겼다고 배당에 나서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다.

1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기욤 미라보 악사손보 대표이사는 최근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를 만나 이익잉여금에 대해 배당을 제한하는 것은 새국제회계기준(IFRS17) 정신에 어긋난다고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악사손보가 이르면 내년 이익잉여금 일부를 배당이 가능한 재원으로 구분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악사손보는 지난해(2021년) 기준 581억원의 결손을 기록하고 있다. 보험계약부채는 7061억원이다. 적자 기업인 셈. 그럼에도 악사손보가 배당에 대해 언급한 배경은 회계기준 변경에 있다.

오는 2023년 회계기준이 IFRS4에서 IFRS17로 바뀐다. 새 회계기준의 골자는 지금까지 원가평가했던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하는 것과 판매 초기에 집중했던 신계약비를 계약기간 전체에 나눠 고루 적용하는 것이다.

시중금리를 적용해 부채를 평가하면 악사손보의 부채는 대폭 감소한다. 감소한 부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한다. 또 신계약비 차감 기간을 전 기간으로 분배하면 신계약비가 이연되는 효과가 있다. 신계약비 이연 역시 이익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가령 올해 보험계약부채가 7000억원인데 급등한 시중금리를 적용해 평가하면 부채는 6000억원으로 줄어든다. 줄어든 10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계상할 수 있는 것. 시중금리 인상 덕분에 결손에서 단숨에 이익잉여금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악사손보는 이처럼 시중금리 상승으로 발생한 이익잉여금을 배당하겠다는 요구로 해석한다.

금감원은 악사손보의 이 같은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견해다. 회계전환 시점에 줄어든 보험부채에 대해서 자본으로 인정은 하겠지만, 배당 등으로 사외 유출은 방지해야 한다는 거다.

향후 시중금리가 하락으로 돌아서면 시가평가한 보험부채가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이익잉여금에서 다시 결손금 확대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우려다.

시중금리를 반영해 재평가한 보험부채는 원가평가한 부채보다 감소한다. 그러나 가입자가 일시에 해약하겠다고 할 경우 보험사는 원가평가한 보험부채를 기준으로 해약환급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해약환급금 지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두 번째 우려다.

금감원 관계자는 “IFRS17으로 회계가 전환될 경우 대부분의 보험사는 부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감소한 부채를 사외로 유출하게 되면 향후 건전성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소한 부채의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하되 적립금으로 사내에 쌓아 놓아야 만약의 문제에 대해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악사손보 관계자는 “악사그룹은 지속적으로 투자를 했지만 한국법인은 제대로 배당을 하지 못했다”며 “(회계전환 시점에) 줄어든 부채를 즉각적으로 배당하겠다는 의미가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겠다는 원론적인 주장이었다”고 항변했다.

한편, 악사손보의 보종별 원수보험료 비중은 자동차보험이 86.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장기보험과 일반보험은 각각 8.6%, 5.4%다. 반면 삼성·현대·DB손보 등 손보사들은 장기보험 비중이 약 70%이며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이 각각 20%, 10% 수준이다. 이에 전환회계 시점 악사손보의 이익잉여금 증가폭은 경쟁 손보사들 대비 소액이라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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