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일시적으로 악화된 건전성이 곧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으로 건전성(K-ICS)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런 상황에 선제적으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면 오히려 부실화를 가속화하는 부정적인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11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3일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MG손보에 대한 부실금융기관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해 1월 금융위는 MG손보에 경영개선명령을 내렸다. 2월 말까지 유상증자·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확충을 이행하고 3월 25일까지 자본확충에 대한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MG손보는 유상증자를 하지 못하고 6월까지 자본확충 시한 연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금융위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면, MG손보의 부실은 더 가속화 할 것이라고 업계는 우려한다. 선제적인 부실금융기관 지정이 오히려 소비자보호에 부정적인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 보험가입자 보호 못하는 예금자보호법
부실금융기관 지정으로 MG손보가 파산할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험가입자를 보호한다. 현재 예금자보호법은 제32조(보험금의 계산)에 따라 적립금(환급금) 또는 사고보험금을 5000만원까지 보호한다. 다만 동법 제38조(최소비용의 원칙)에 따라 대부분의 경우 적립금에 대해서만 보호할 가능성이 크다.
가령 암에 걸릴 경우 1억원을 보장받기로 한 무해지환급형 암보험에 가입, 보험료로 2000만원을 납입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보험가입자 상당수는 보험금 1억원 혹은 납입보험료 2000만원에 대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단 한푼도 보호받지 못한다. 무해지형이기 때문에 납입만기 이전에 환급금이 없다. 이에 납입보험료 전액이 손실이다.
예금자보호법 적용 이후 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해도 보험금 1억원은커녕 보호 한도인 5000만원 보장도 불가능하다. 해당 암보험은 이미 소멸했기 때문이다. 결국 원금(보험료) 손실은 물론 암확진이라는 위험도 추가로 떠안아야 한다.
또 법인이 가입한 보험은 예금자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MG손보에 가입한 법인은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
지난해 12월 KDI는 예금자보호법을 수정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보험소비자에 대한 예금자보호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내용으로 제도 변경은 이뤄지지 않았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 파산할 경우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를 하지 못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 보험계약이전제도 변경 우려
보험계약이전제도에 따라 보험소비자는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계약이전제도는 파산한 A보험사를 B보험사가 인수할 경우 A사 계약을 변경 없이 B사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보험사만 바뀔 뿐 계약을 그대로이기 때문에 보험가입자는 달라질 게 없다.
하지만 보험계약제도가 현행처럼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 IFRS17 도입이 배경이다.
IFRS17은 보험계약의 미래가치를 모두 현가로 인식한다. 보험사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손실이 나는 계약까지 인수할 보험사는 없다. 이에 일부 계약은 조건 변경을 조건으로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계약이전제도를 변경하는 것이다.
과거 일본의 사례처럼 예정이율(확정이율)을 낮춰 적용하거나 보장금액 혹은 적립금을 축소한다는 조건으로 인수하는 것이다. 즉 가입시 약관을 변경해 받아주는 것이다. 부합계약(계약의 형식은 취하나 보험사가 결정하고 가입자는 따르는 계약)인 보험의 기본이 깨질 수 있다.
약관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면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 부합계약이 변경되는 나쁜 선례가 남는 셈이기 때문이다.
◆ RBC 악화는 단기적 악재...바뀌는 건전성 적용해야
금융당국이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려는 가장 큰 배경은 건전성 악화다. RBC가 100% 이하로 낮아졌다는 것.
RBC가 낮아진 이유는 급격한 시중금리 상승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보험사는 자산의 상당비중을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운용한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채권평가익은 줄어든다. 채권평가익 감소는 가용자본 축소로 연결된다. 예상보다 급격한 시중금리 상승이 MG손보의 RBC 악화의 배경이다.
하지만 시중금리 상승은 중장기적으로 보험사에 호재다. 보유자산인 채권 순환매로 이어져 향후 더 높은 투자영업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MG손보의 건전성 악화는 단기적인 문제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또 IFRS17 적용시 함께 도입되는 새로운 건전성 기준인 K-ICS의 경우 부채와 자산 모두 시가평가한다. 이에 부채는 원가평가하고 자산은 시가평가하는 RBC의 건전성 악화 우려는 지금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선제적으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면 오히려 소비자보호에 역행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MG손보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기관 등이 등을 돌릴 수 있는 탓이다. 자본확충이 어려워져 정상화 기회까지 박탈할 수 있다는 거다.
보험업계 한 전문가는 “MG손보의 부실은 시중금리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며, 회계제도가 변경되면 정상화 될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선제적으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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