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가보조금으로 잇속 챙기는 메리츠화재

메디컬푸어 방지 위한 국가보조금 제외...실손보험 ‘과소지급’

김승동 승인 2021.12.09 06:46 | 최종 수정 2021.12.09 06:47 의견 0

# A씨는 2013년 메리츠화재에서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을 가입했다. 최근 신장암 확진 판정을 받고,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를 복용했다. 키트루다는 위험분담제 적용되는 신약으로 국가가 제약사에게 약값의 일부를 보조한다. 제약사는 국가 보조금 활용, 환자가 지급한 약값의 일부를 향후 환급할 수 있다. 메리츠화재는 실손보험을 보장하면서 제약사가 환급할 수 있는 약값을 제외, 보험금을 과소지급했다.

메리츠화재가 실손보험 약관을 작성자인 보험사에 유리하게 해석, 보험금을 과소 지급해 도마에 올랐다. 대체 치료제가 없는 일부 고가신약에 대해 정부는 위험분담금 명목으로 약값을 보조, 메디컬푸어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한다. 하지만 메리츠화재는 정부가 보조한 약값을 제외하고 보험금을 지급해 온 것이 드러났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고가신약에 대해 국가가 보조하는 위험분담금을 제외하고 실손보험 보험금을 지급했다. 실손보험 약관 ‘피보험자(환자)가 실제로 부담한 금액’을 보상한다는 내용을 보험사에 유리하게 해석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법조계는 위험분담금으로 보조하는 금원(돈의 출처)의 성격이 다르므로 실손보험에서 이를 제외하고 보상하는 것은 약관의 작성자불이익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즉 약관을 보험사가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했다는 의미다.


◆위험분담제, 실제 발생한 손해액에서 제외?

지난 2014년 1월 도입된 위험분담제는 효능·효과는 있으나 그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건강보험 급여항목으로 등재되지 못한 고가신약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 약 50개의 약제가 위험분담제에 포함되어 있다.

대체재가 없는 고가신약에 대해 국가가 보조함으로써 재난적의료비로 인한 고통을 방지하기 위한 것. 국가는 제약회사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보조금을 받은 제약회사는 환자에게 약값의 일부를 환급할 수 있다.

또 위험분담제로 약값을 환급받을 수 있는 환자는 그 대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요청할 경우 임상적 유용성 등에 대한 평가에 답해야 한다. 향후 건강보험 급여항목으로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임상시험에 따른 위험성의 대가로도 위험분담금을 보조받고 있는 셈이다.

가령 의료비 영수증에 환자 부담금(약값)이 1000만원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 영수증을 토대로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는 실제 손해액인 1000만원을 지급한다. 다만 향후 제약사에 위험분담금을 신청, 약값의 절반인 500만원 정도를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실손보험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이 위험분담금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사전에 제외하고 지급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상한다”며 “위험분담제는 표기가격에서 사후 제약회사가 환급한 금액을 제외한 것이 실제가이며, 그 가격이 환자가 실제 부담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위험분담금을 제외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법조계는 이와 달리 해석한다. 금원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 실제 환자가 부담한 손해액은 1000만원이며 향후 이중 일부를 국가가 보조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환급 받을 수 있는 금원의 성격이 의료비와 다르므로 실손보험에서 이를 공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국가유공자에게 지원하는 의료비를 제외하고 실손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듯, 위험분담금도 보험사가 제외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약값의 일부를 보조받더라도 이는 본인부담금과 별개다. 삼성화재 등 대부분의 보험사는 위험분담금을 제외하지 않고 지급하고 있다.

또 위험분담제 도입 취지는 환자가 메디컬푸어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메리츠화재의 주장은 위험분담금 도입 취지를 정확히 반하는 것이 된다.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 변호사는 “실손보험은 본인부담금과 비급여의 합계액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며 “별개의 법률 등의 요건을 갖춰 지원받는 위험분담금을 보험금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해석한 개별적인 근거가 실손보험 약관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통사고시 자동차보험에서 실제 치료비를 보상받고 운전자보험을 통해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그 금원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실손보험이라고 무조건 실제지급한 의료비만 지급하는 건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위험분담금과 비슷한 분쟁으로 국가유공자의 의료비 지원금을 꼽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7년 국가유공자의 의료비 지원금을 제외하고 실손보험 보험금을 지급해왔던 보험사의 관행을 지적, 국가가 지원한 의료비를 보험금 지급에서 제외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일부 보험사는 국가가 보조하는 의료비 지원금을 제외, 국가유공자가 실제로 지급한 의료비를 기준으로만 보험금을 산정해왔다가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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