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호(경제학박사, 인슈포럼대표, 前 국회입법조사관)
지난해 실손의료보험에서 손해보험사가 입은 손해는 2조3700억원으로 전년인 2018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었다. 2021년 올해 상반기에는 이미 1조4000억원을 넘어서 지난해 상반기보다 18%가량 증가했다.
또한 최근 손해보험사들이 기타부정맥 진단비 담보의 보장한도를 줄줄이 축소하고 있는데, 이는 초기 경증 심장질환인 부정맥의 보장을 공격적으로 영업에 활용하며 판매가 급증하자 손해율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각 보험사에 공문을 발송하여 보건복지부 산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고시한 비침식적(무혈, 無血)수술과 관련하여 보험금 지급 여부를 명확히 하고 이를 약관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는 기사도 있다.
보험사가 판매하는 보험상품의 대부분은 인(人)보험 상품이다. 인보험이란 사람의 생명·신체의 사망과 생명·신체에 발생하는 질병이나 손해에 대하여 보장을 해주는 상품을 말한다.
특히 생명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보험의 대상으로 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손해보험사 역시 자동차, 장기, 일반보험상품 중 장기보험 상품의 대부분이 인보험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인보험 상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의료와 아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보험사에서 보험상품을 개발할 때 사람의 생명·신체와 관련된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현실은 어떠한가?
실손의료보험, 기타부정맥 보험, 비침식적 수술, 암보험 등 보험금 지급과정에서 보험사와 보험금 지급 다툼이 가장 많은 보험이 바로 인보험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A보험사에서 보험상품을 출시하여 잘 팔리는 히트상품이 되면 여러 후발 보험사가 앞다투어 A보험사의 히트 상품을 베끼는 현상이 일어난다. 또 보장을 소폭 바꾸거나 보장금액을 확대하는 식으로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일도 많다. 이러한 보험상품의 개발방식은 결국 보험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특히 실손의료보험은 초기에는 손해보험사의 고유 상품이었으나 이를 생명보험사에서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을 유발하여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결국 제2의 건강보험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악화로 인해 실손의료보험을 판매 정지하거나 판매하지 않는 보험사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런 모습은 과거 암보험에서의 유사한 사례를 또 다시 답습하는 것이다.
인보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보험상품의 개발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한 의료데이터 또는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분별한 보험상품 개발은 초기 일시적인 판매증가와 이익을 보험사에 가져다줄 수는 있어도 이러한 상품의 확대 보급과 보험금 청구가 발생하는 시점에서는 보험계약자와의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이 늘어나고, 보험사의 이미지와 평판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보험사의 실무현장에서 보험사가 정확한 의료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지 또는 관련 의료계 혹은 의학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과학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의료기술이나 의료현장 역시 매일매일 신의료기술이 새로 생겨나고 있으며, 관련 의학계 역시 간편하고 편리한 수술 또는 시술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상세한 검토 없이 단순히 과거의 진부한 의료데이터나 보험사 내부의 자체 데이터만을 가지고 인보험 상품을 개발한다면 이는 매우 경계해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수십 년 전 판매한 보험상품의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는 보험의 전문가인 보험사가 만들어 판매한 보험상품에 가입하여 보험상품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기준에 따라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는 보험가입자들의 희망을 보험사 스스로 꺾는 일이 될 수 있다.
실손의료보험, 암보험, 기타 부정맥보험, 비침식적 수술과 관련한 보험금 지급 민원은 보험상품을 판매한 직후부터 발생하기 시작하는 보험사의 태생적이고 근본적인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
보험의 전문가인 보험사가 보험상품을 개발하기 전에 정확한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계 및 관련 의학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것만이 이 같은 보험상품 개발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회피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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