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가 고객 개인정보를 해외 소재 손해사정업체에 이전해 논란이다. 민감 정보 유출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증폭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국내 손해사정업체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정보 보안에 대한 우려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과 흥국화재는 베트남에 설립된 HITS-vina에 고객 개인정보를 이전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를 이전받는 HITS-vina는 국내 손해사정업체 HITS손해사정이 설립한 회사다. 이전되는 정보는 고객의 고유식별정보, 민감정보, 신용정보 등이다. [관련기사: DB손보 가입했더니 내 개인정보가 베트남에? 보험금청구 정보 국외 이전 논란]
보험사들은 높은 보안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DB손보 관계자는 "VPN을 통해 가상 PC로 접속하고 있고 현지업체 PC에선 외부망 인터넷 접속이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출근시 휴대폰 등 전자기기도 일체 회수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 정보보호파트 주관으로 정보보호 관련 점검을 시행하고 있다"며 "고객정보처리위탁시스템에 접속해 교육, 점검자료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HITS-vina가 보험사로부터 이전받은 개인정보 보유·이용 기간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처리 동의일로부터 거래 종료 후 5년까지다.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현지 인력에 의해 정보처리가 이뤄지는 만큼 업계 내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손해사정업계 관계자는 "해외발 스팸 문자나 보이스피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만큼 개인정보를 해외에서 처리하는 것은 소비자 불안을 고조할 수 있다"며 "문제 발생시 리스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여러 회사가 검토만 할 뿐 해외 위탁을 실행으로 옮기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HITS-vina 설립의 주요 목적은 현지 인력 채용을 통한 인건비 절감. 유사한 이유로 채용난을 겪는 다른 손해사정업체들도 해외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수의 업체가 해외로 진출할 경우 개인정보 보안 우려는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는 정보입력 업무의 약 80~90%를 20대 사회초년생이 진행한다. 국내에선 낮은 임금에 비해 일의 강도가 높다는 평가다. 이직률도 높다. 이에 여러 업체가 해외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정보 유출 가능성 및 금융당국의 명확한 가이드가 없어 진출을 망설이고 있다.
한 손해사정업체 관계자는 "이미 일부 손해사정업체가 진출해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향후 보험사 자회사를 비롯해 다수의 손해사정업체가 해외로 진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제대로 된 관리감독 없이는 정보 유출 등 심각한 상황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금융당국은 현지 인력 채용과 관련해선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현행법상 개인신용정보의 위탁은 가능하다"면서도 "정보처리 업무에 외국인을 고용해도 되는지 여부와 관련해선 현행법상 달리 규율하고 있진 않다"고 말을 아꼈다.
다른 당국 관계자도 "개인정보 국외이전과 관련해 소비자 동의를 받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면 위법한 사항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현지 업체의 개인정보 처리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