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고인 듯 아닌듯" 태아보험 가입 후기 블로그...금소법 위반 논란

GA로부터 수탁받은 광고업체가 블로거에 원고료 지급
금융위 "거래형태·지속성 고려해 감독 필요"

여지훈 승인 2024.10.04 13:34 의견 0

법인보험대리점(GA)이 광고심의 절차를 회피해 보험계약 체결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간 광고업체를 통해 블로거에게 금품을 지급한 뒤 보험 가입 후기를 올리게 하는 방식이다. 일반인인 블로거가 광고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악용, 광고심의 절차를 우회했다는 시각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설계사가 블로그 등 SNS에 보험 가입 후기를 작성하는 형태로 광고심의 절차를 회피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어린이종합보험 가입시 월 보험료의 수 배에 달하는 현금 또는 사은품을 받았다는 후기로 소비자 이목을 끄는 방식이다.

[이미지=검색 포털 태아보험 가입후기 블로그]

후기를 올린 다수의 블로그는 보험 가입 후 고가의 사은품을 받았다는 점, 상담한 설계사가 우수인증설계사라는 점, 소정의 금전적 대가를 받고 후기를 작성했다는 점 등에서 동일한 내용과 형태를 띠고 있었다.

이들 블로그에 명시된 보험 상담신청 링크를 누르면 동일한 광고업체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 안내문이 나온다. 수집된 정보가 "위탁업체의 전화, 문자, 이메일 및 방문을 통한 보험상품의 안내 및 가입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광고심의 절차를 회피해 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획득하기 위한 '꼼수'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업무광고를 하려면 준법감시인으로부터 광고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블로그를 통해 이를 우회하는 GA나 설계사가 많다"면서 "상당수가 고가의 사은품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허위 과장광고"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계약 체결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상담 과정에서 수집한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불법 유통해 수익을 얻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 제22조(금융상품등에 관한 광고 관련 준수사항)에서는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이 아닌 자의 광고를 엄격히 제한한다. 여기에는 금융상품에 대한 광고뿐 아니라 자문서비스나 금융거래 유인 관련 업무 등을 소개하는 업무광고도 포함된다.

표면상 일반인이 올리는 블로그는 광고규제 대상이 아니다. 금소법 규제의 사각지대로서 GA나 설계사가 이 점을 악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블로거가 광고업체로부터 원고료 등 금전적 대가를 받았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한 보험전문 변호사는 "금융상품이나 업무에 대한 광고를 할 수 없는 자가 이를 광고한 격이므로 금소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면서 "GA나 보험설계사로부터 직접 금전적 대가를 받았다면 무자격자가 소개 수수료를 받고 보험모집을 한 셈이므로 보험업법 위반의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도 "블로그의 내용, 금전적 거래가 이뤄진 형태, 광고의 지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부분"이라면서도 "금전적 대가를 받고 반복적으로 유사한 글을 올렸다면 감독당국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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