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잠자던 메리츠화재 깨웠나...김중현號 ‘공격 앞으로’
설계매니저 110명 충원 ‘업계 최대 규모’
보험료 부담 적은 상품 출시 ‘넛지 전략’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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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1 10:00 | 최종 수정 2024.04.0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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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화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모양새다. 김중현 대표 취임에 맞춰 '업계 최고를 향한 경주'를 시작했다는 관측이다. 설계매니저를 대폭 충원한데 이어 경쟁력을 끌어올린 상품을 출시하고 나선 것이 배경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올해 들어 110명의 설계매니저를 신규로 충원, 지난달 전략채널에 배치했다. 이로써 메리츠화재의 설계매니저 수는 약 750명에 이르게 됐다. 설계와 영업의 분담을 통해 상품 판매의 효율화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전략채널은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을 의미한다.
설계매니저는 보험설계사의 설계 업무를 대행하거나 지원하는 보조 인력이다. 주로 수십 개 보험사의 상품을 취급하는 GA채널 설계사를 지원하는 업무를 맡는다. 설계사가 고객 정보를 전달하면 적합한 자사 상품을 추천·설계해주는 식이다. 최근 생명보험사까지 증원에 가세하면서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한 GA 관계자는 "GA 설계사들이 매번 수십 개 보험사 상품을 비교해가며 설계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설계매니저 증원은 설계사의 부담을 낮춰 고객에게 자사 상품을 더 많이 추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리츠화재가 공격적인 영업을 위해 친(親) GA채널 기조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객에는 '넛지'...잦은 접촉으로 친숙함 증대
설계매니저 확대로 친 GA 기조를 다시 강화하고 있는 한편 상품은 '넛지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넛지는 강요가 아닌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전략을 말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소액 상품으로 보험소비자에게 친숙함을 심어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해당 상품을 가입하면 향후 업셀링(추가 판매)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가령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18~20일 수족구병에 걸려 치료를 받을시 보험금 100만원을 지급하는 특약을 한시 판매했다. 수족구병은 주로 영유아의 손과 발, 입안에 발생하는 수포성 발진이다. 통상 일주일 내외로 회복한다. 수익성이 낮은 상품이지만 넛지 전략으로 보험 주 소비층인 30~40대 부모에게 전략적으로 접근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전략은 지난 2015년 김용범 전 메리츠화재 대표 취임 후 본격화했었다. 당시 판매한 상품들은 보험료가 매우 저렴한 것이 특징이었다.
이 전략의 성과는 2017년부터 가시화됐다. 업계에서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면서 경쟁사들이 메리츠화재 벤치마킹에 나선 것. 이를 위해 단기간의 손실은 감내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메리츠화재의 행보는 과거 공격적 영업에 나섰던 때와 유사하다"면서 "김중현 대표가 점유율 확대를 위해 설계사와 고객 모두에 접점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삼성화재가 GA채널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대형 GA 관계자는 "지난달 판매한 수족구 보험이나 현재 판매 중인 소액 건강보험 등은 향후 업셀링을 위한 통로가 될 수 있다"면서 "메리츠화재는 간편보험에서도 상위 5개사 중 가성비가 가장 좋다는 평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짧은 기간만 판매함으로써 과당경쟁으로 인한 손해율 악화 위험도 관리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메리츠화재는 최근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 시 60만원을 보장하는 상품을 5000원대에서 판매했다. 상위 보험사 중에서는 최저 수준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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