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화재의 초격차 전략 “누적한도를 선점하라”
김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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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6 10:40 | 최종 수정 2024.03.2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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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는 지난 수십 년간 손해보험업계 왕좌를 지켜왔다. 이런 삼성화재가 초격차 카드를 꺼냈다. 왕좌를 탐낼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의 격차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이나 온라인이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험은 대면채널이 핵심이다. 이 대면채널이 지속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성공을 향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조직원 모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문화가 싹을 틔울 수 있다.
성과문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여러 재료가 필요하다. 좋은 상품은 기본이다. 그리고 좋은 상품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 좋은 상품으로 이슈까지 선점했다면 단기간에 효율을 낼 수 있는 판매 조직이 있어야 한다. 판매 조직이 제 역할을 해냈다면 만족할만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좋은 군인이 효과적인 무기를 들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후 포상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좋은 상품 → 이슈 선점 → 효율적 판매 → 보상 이 네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전차군단의 무한궤도처럼 스스로 움직이게 된다. 한번 방향을 잡은 전차군단은 오히려 멈추는 게 더 힘들다.
삼성화재는 지난 수년간 왕좌에 앉아 흐름을 지켜봤다. 경쟁사들이 법인보험대리점(GA)이라는 용병에 집중할 때, 무겁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전속조직이라는 전차를 섣불리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 전속영업조직이라는 전차를 먼저 전략적 고지로 이동시켰다. 전속조직의 빠르고 명확한 움직임을 보자 용병은 그들만의 전차를 이끌고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시작은 간병일당이다. 그 다음으로 종합병원 입원일당이 나왔고, 바로 뒤이어 상급병원입원일당으로 입원비 이슈를 선점했다. 올해 초에는 암주요치료비로 치고 나갔다.
삼성화재는 가볍고 합리적인 보험료를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좋은 상품으로 이슈를 선점한 것이다. 이슈를 선점했기에 효율적인 판매가 이뤄졌다. 또 보상도 적절했다. 간병일당으로 사기가 오르자 바로 다음 상품이 출시됐다. 그리고 다시 이슈를 선점했고 효율적인 판매 후 보상이 진행됐다.
삼성화재가 최근 시장을 장악할 수 있던 전략을 압축하면 ‘누적한도 선점 전략’이다.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이슈를 만든다. 그리고 약 2만명의 전속조직이 시동을 건다. 전속조직의 이동하니 GA가 따라간다. 이후 경쟁사가 비슷한 상품을 출시해 경쟁이 치열해지면, 삼성화재는 다른 상품을 출시해 다시 이슈를 선점하는 식이다.
4월, 제10회 경험생명표 적용으로 상품개정 및 신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삼성화재는 가볍고 합리적인 상품이 아닌 조금은 더 무거운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을 장악했으니 전리품을 거둘 때다.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높은 상품이 핵심상품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2023년 말 현재 삼성화재의 계약서비스마진(CSM)은 약 13조3000억원이다. 12조2000억원의 DB손보와 1조원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하지만 이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 전차군단이 방향을 정하고 CSM 무한궤도의 선순환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무한궤도가 멈추는 시기는 이슈 선점을 하지 못했을 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슈는 많다. 삼성화재의 초격차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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