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매각 5수생 KDB생명 "오빠! 돈 많아?"

김승동 승인 2024.02.05 14:34 | 최종 수정 2024.02.05 17:28 의견 0

한때 대한민국의 마음을 흔든 유튜버가 있다. 다소 풍요로운 몸매를 뽐내며 '오빠 오빠 오빠 돈 많아'라는 가사에 맞춰 가볍게 춤을 춘 14초의 영상이 일시에 천만 조회수를 넘겼다. 주인공은 채널명 ’왕간다‘로 세간에 알려졌다. 영상이 대히트를 치자 왕간다 챌린지까지 시작됐다. 패러디 영상이 쏟아졌다.

현재 보험업계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듯하다. 이달 초 KDB생명이 내놓은 ‘무심사우리모두버팀목종신보험’ 얘기다. 보험소비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동 뉴스포트 기자


먼저 주인공의 개괄적 상황부터 살펴보자. KDB생명은 10년째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한 매각 5수생이다. 매각 실패 이유는 ▲취약한 영업기반 ▲건전성 부실로 축약된다.

2023년 3분기 기준 총자산은 약 16조5900억원. 당기순손실 약 180억원이다. 손실 발생 배경은 신계약률(4.1%)이 업계 평균(7.6%)보다 낮은 반면 효력상실계약(6.7%)과 보유계약감소율(4.2%)은 평균(각각 6.2%, 1.6%) 대비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영업 활성화가 안 된다는 의미.

영업이 잘 되지 않으니 건전성은 낮다. 신지급여력비율(K-ICS)비율은 60%에 불과하다. 경과조치를 적용해도 134%에 그쳐 금융당국 권고치(150%) 이하다.

유튜버 왕간다는 단 하나의 영상으로 유명세를 탔듯 KDB생명도 단 한번으로 부진한 영업실적을 극복할 카드를 꺼낸 것처럼 보인다.

이 카드의 특징은 ❶만50세~75세 무심사. 즉 생존만 하고 있다면 심사(언더라이팅)를 하지 않고 누구든 가입 가능하다. ❷3년 면책. 가입 후 3년 이내에 사망할 경우 사망보험금 대신 기납입보험료를 지급한다. ❸체증형 사망보험금. 계약일부터 5년 이후 10년간 매년 5%씩 체증된다. ❹중도인출. 납기 후에는 기납입보험료의 약 80%까지 자금을 빼서 쓸 수 있다.

이런 특징을 종합하면 버팀목종신보험은 가입자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때 정말 삶의 버팀목이 될 것 같아 보인다. 이익을 볼 가능성은 매우 높다. 반면 KDB생명의 장기 수익성은 의문이다.

특징을 하나씩 살펴본다.

❶만50세~75세 무심사
만50세부터는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역선택 가능성이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이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 보험사는 이런 역선택 방지를 위해 언더라이팅을 진행한다. 하지만 해당 상품은 ‘무심사’이기 때문에 역선택 방지가 거의 불가능하다.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크다.

❷3년 면책
KDB생명은 3년 면책기간을 두어 역선택에 따른 위험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건 최대 3년의 운용자산이익에 그친다. 3년 이내 사망할 경우 기납입보험료를 내줘야 하기 때문. 반면 보험가입에 따른 설계사 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 운용자산이익률은 2.5%다. 반면 사업비율은 16.9%이며 해당 상품은 종신보험이기에 사업비율은 20%가 넘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3년 면책을 둔다고 해도 KDB생명 입장에서 이익이 될 것은 없다. 반면 가입자는 3년 내 사망해도 손실은 거의 없다.

❸체증형 사망보험금
환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입 초기 위험보험료 규모를 줄여야 했을 것이다. 이에 체증형을 도입했다. 50세 여성 기준으로 10년 시점에 납입원금 대비 사망보험금은 약 125.0%이며 해지환급률은 126.2%다. 20년 시점 사망보험금은 158.0%, 환급률은 150.0%다. 즉 사망보험금 해지환급률의 차이가 적다.

사망보험금을 받기 위해 장기 유지하는 것보다 10년 경과 이후 해지하는 것이 기회비용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상품으로 거둬들인 보험료를 20년 등 장기채권에 매칭하는 것은 자산부채종합관리(ALM)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다시 말해 KDB생명은 근시안적인 자산운용만 가능할 뿐이라는 분석이다.

❹중도인출
5년 납기가 끝나면 해약환급금의 약 80%를 중도인출할 수 있다. 중도인출은 약관대출(보험계약대출)과 달리 가산금리가 없다. 대신 향후 상환할 때 일부 수수료를 낸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5년만 내고 중도인출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

가령 5년간 보험료로 5000만원을 낸 후 5년 이후엔 5000만원의 80%인 4000만원까지 끌어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해도 해지가 되지 않는다. 다시 5년을 기다린 후에 126.2%의 환급률을 받을 수 있다.

중도인출 기능을 통해 자금이 묶이지 않는다. 향후 환급률이라는 열매를 수확할 확률이 높아지는 건 가입자에게는 좋은 혜택이다. 하지만 보험료를 운용해야 하는 보험사의 자산운용은 불안해질 수 있다.

한때 대한민국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왕간다의 인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가벼운 콘텐츠였으며 뒤를 이을 저력이 없었다. 지속 가능성이 낮았다는 의미다. KDB생명도 비슷한 길을 갈 듯 하다.

기업이든 사람이든 지속 성장하려면 단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장기 전략은 필수다. 단기 전략과 장기 전략 중 더 중요한 것은 후자다. 매각 5수생, KDB생명이 자본력으로 무장했다면 무심사 종신보험도 좋은 전략이다. 실수하면서 전략을 고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킥스 비율 60%의 현재 수준이라면 더 빨리 신뢰를 잃는 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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