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모셔라"...삼성생명, 외국인 특화채널 급성장

여지훈 승인 2024.03.12 06:58 | 최종 수정 2024.03.12 08:00 의견 0

# 삼성생명 설계사 나외인(가명)씨는 상담 일정이 있는 경기도 소재의 공업단지를 찾았다. 그는 오전 9시부터 1시간 단위로 외국인 근로자와 계속 상담을 진행한다. 나외인씨의 국적은 우크라이나. 그가 상담하는 이들은 같은 국가 출신도 있지만 다른 국적도 많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등 다양하다. 나외인씨는 고객을 찾아 전국을 누빈다. 지난해 그의 소득은 웬만한 대기업 부장에 못지 않았다.

삼성생명이 국내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대응해 선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 특화 영업채널을 운영, 조직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장해서다. 저출산·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어려운 생명보험업계에서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것. 국내 체류 외국인에 대한 가입 문턱을 낮춘 점도 두드러진다. 업계 1위에 안주하지 않고 외국인 보험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글로벌영업단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74명이다. 지난 2022년 12월 140여명으로 출범했다. 1년만에 급성장한 것. 글로벌영업단은 국내 외국인 고객을 전담하는 영업조직으로 외국인 설계사로만 구성된 게 특징이다.

[사진=언스플래시]

생명·손해보험 업권을 막론하고 외국인 전담조직을 운영하는 건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경쟁사들의 경우 영등포 등 외국인 주요 거주 지역에서 외국인 설계사가 개인적으로 영업하는 정도로만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글로벌영업단의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을 위해 외국인 전담 강사,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지원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외국인이 국내에서 보험모집인 자격을 갖추기 위해선 생명·손해보험협회에서 진행하는 보험설계사 자격 시험에 내국인과 동일하게 응시, 합격해야만 한다.

삼성생명은 경쟁사 대비 외국인 가입 문턱도 크게 낮췄다는 평가다. 현재 다른 생명·손해보험사의 경우 국내 체류 외국인의 보험 가입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다. 가령 외교(비자코드 A-1), 공무(A-2), 협정(A-3) 등을 위해 체류하거나 1년 이상 장기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만 가입을 허용하는 식이다.

반면 삼성생명은 1년 미만 단기체류 외국인에 대해서도 제한 없이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외국인 가입자 수는 2022년 말 6만9000여명에서 1년 만에 8만여명까지 증가했다. 가입 폭을 넓힌 것이 외국인 가입자 증가에 주효했다는 평이다.

주요 보험사 중에서는 같은 삼성그룹 보험계열사인 삼성화재만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기존의 복잡했던 기준을 간소화해 장·단기 체류 여부와 무관하게 외국인 등록증만 있으면 가입을 허용한 것.

삼성생명 관계자는 "국내 외국인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외국인 고객의 보험서비스 이용 편의를 증진하고 보장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022년 기준 224만5912명을 기록했다. 전체 인구(5143만9038명)의 4.4%에 달한다. 이중 장기체류 외국인은 168만8855명, 단기체류 외국인은 55만7057명이다. 국적별로는 ▲중국(한국계 중국인 포함) 37.8% ▲베트남 10.5% ▲태국 9.0% ▲미국 7.0% ▲우즈베키스탄 3.5% ▲필리핀 2.6% ▲일본 2.1% 순으로 아시아 지역 비중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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