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실손보험 출시 막아라...금감원, 요양실손보험 표준약관 제정 검토
과도한 경쟁 방지 위해 상품 표준화 및 자기부담금 신설 될 듯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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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7 13:56 | 최종 수정 2024.03.0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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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요양실손보장보험(요양실손)의 표준화 작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방지를 위해 가이드라인 제시는 물론 표준약관을 만드는 등 여러 방안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화 작업이 완료되면 고령자·유병자 시장 확대를 위한 보험사의 진출이 확대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요양실손의 표준화 작업을 위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보장범위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시를 넘어 보험업감독규정시행세칙 개정을 통한 표준약관 제정까지 고려 중인 것.
요양실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급여와 비급여를 지원하는 보험상품이다. 지난해 8월 DB손해보험이 새 급부방식을 인정받아 6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다만 DB손보는 이달 말까지만 해당 상품을 판매, 표준화 작업이 마무리된 이후 판매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논의되는 표준화 방안의 핵심은 '자기부담금'일 것이란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자기부담금은 의료비용 중 일부를 보험가입자가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복수의 보험업계 관계자는 "표준화의 핵심은 자기부담금이 될 것"이라면서 "요양실손에서 자기부담금이 설정되면 이 상품으로 인해 과잉진료가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양실손을 기존 실손의료보험처럼 과잉진료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DB손보가 상품을 개발하는 단계부터 과잉진료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시각이다.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에 제14조(장기요양급여의 범위 등)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비급여 항목을 식사재료비, 상급침실이용에 따른 추가비용, 이·미용비 등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수백개 비급여 항목이 있는 실손보험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
또 요양실손은 보장한도도 상대적으로 적다. DB손보는 재가급여와 시설급여에 대해 각각 월 30만원, 70만원 한도 내에서 보장한다. 장기요양기관 이용시 상급침실이용비와 식자재료비에 대해서도 각각 월 6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최대 연 5000만원을 보장하는 기존 실손의료보험 대비 보상 규모가 적다. 이에 손해율이 치솟을 가능성이 낮다는 예측이다. 특히 비례보상이 이뤄지면 가입자가 증가해도 보험사 손해율 및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요양실손의 비급여 보장으로 야기될 수 있는 모럴해저드에 대한 우려를 금융당국에 전달한 바 있다. 특히 요양실손이 실손보험의 전철을 밟을 것을 우려했다.
현재 실손보험은 ▲진료비 상승 및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사 손해율 악화 ▲건강보험공단 재정 누수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령화로 인해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수는 점차 증가할 것"이라면서 "가뜩이나 재정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요양실손까지 가세할 경우 이용률이 현저히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험사 간 비급여 보장 경쟁이 모럴해저드를 야기해 건보공단 재정 누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난해 8월 DB손보와 미팅을 갖고 자기부담금 등에 대한 개선사항을 금감원과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개월 이상 홀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만 65세 이상자)에게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제도다. 65세 미만이라도 노인성 질병을 가지면 대상자가 될 수 있다. 건보공단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회로부터 등급(1~5등급) 판정을 받아야 급여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2008년 도입된 이래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출액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출액은 2009년 1조8791억원에서 2022년 11조9941억원으로 6.4배 증가했다. 연평균 15.3%의 증가율이다. 지출액 증가는 주요 보험료 인상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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