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직전 연봉 80%에 환수도 없어요" 롯데손보, 리크루팅에 '무리수'
계약직 전환...보험계약 실효·조기해지에도 불이익 없어
매각가 부풀리기 위한 한시 정책 "지속 가능성 낮아"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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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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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해보험이 무리한 전속 설계사 유치전에 나서 업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업계는 단기간 조직 규모를 확대해 매각가를 띄우기 위한 일시적 전략으로 분석한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리크루팅매니저(RM) 유치를 위해 직전 연봉의 80%를 기본급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직전 연봉(수수료 총액)이 1억원이라면 8000만원을 기본급으로 보장하는 식. 여기에 보험 판매에 따른 수당은 별도로 지급한다. RM은 신계약 판매 수수료 대신 조직 증원을 중심으로 일을 하는 설계사를 일컫는다.
업계는 파격적인 조건이라는 평이다. 경쟁사도 RM이 있다. 하지만 기본급을 지급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소액이다. 대신 조직 관리 및 증원에 오버라이딩을 지급하는 형태다.
3개월마다 리크루팅과 신계약 실적을 평가, RM 계약을 연장하거나 본부장(사업가형 관리자)으로 승급이 가능다고도 강조한다. 리크루팅이나 신계약 업적 미달로 계약이 조기 종료되더라도 환수는 없다고 전해졌다. 선지급 수수료를 받은 후 환수를 걱정하는 설계사들에게는 매력적인 조건일 수밖에 없다는 것.
또 신규로 합류한 RM이 1년 미만에 본부장 등으로 승급할 경우 계약기간 1년에 해당하는 기본급을 한번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기본급 8000만원으로 1년 계약하고 6개월만에 본부장이 되면, 그 즉시 남은 4000만원을 지급하는 형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RM을 채용하면서 기본급을 지급하는 경우는 있지만 기본급만으로 직전 연봉의 80%를 보장하는 건 처음 접하는 사례"라면서 "과거 메리츠화재의 수수료 체계와 승격 제도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메리츠화재는 설계사 수수료와 시책을 개편하고 일정 조건 달성시 누구나 본부장이 될 수 있는 사업가형 본부장제를 도입한 바 있다. 제도 도입 후 메리츠화재의 전속조직은 급속도로 커졌다. 롯데손보는 이를 벤치마킹, 기본급 80% 보장 및 환수 패널티까지 없앴다는 것.
◆ 매각가 부풀리기 위한 한시 정책
롯데손보의 RM 증원 정책은 매각가를 높이기 위한 단기 전략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매각 이슈가 종료되면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현재 롯데손보의 최대주주는 JKL파트너스다. JKL파트너스는 바이아웃(Buy-out) 전문 사모펀드다. 기업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뒤 기업 가치를 높여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방식을 취한다. 매물을 최대한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게 핵심이다.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를 인수한 시점은 2019년. 통상 바이아웃 사모펀드의 엑시트는 5~10년에 이뤄진다. 엑시트 시점 도래에 따라 JKL파트너스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법인보험대리점(GA) 관계자는 "새 인수자가 나타나더라도 해당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이미 이직한 설계사도 1년 이후까지 장기 정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관측했다. 전속설계사이기 때문에 롯데손보 상품만 판매해야 하며, 상품경쟁력도 최상위권이 아니라는 게 이유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원수사 대부분이 GA채널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전속조직을 키우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잠재 매수자에게 영업조직이나 실적이 성장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밑그림"이라고 말했다.
롯데손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수해온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이미 4년 전부터 전속채널 확대를 통한 영업채널 균형 성장 전략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단기'라는 말은 맞지 않다"며 "전속 재적설계사 수가 늘어난 것은 설계시스템을 개선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등 본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롯데손보의 전속조직은 최근에야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전속설계사 수는 ▲2019년 1200명 ▲ 2020년 1577명 ▲2021년 1755명에 그쳤다. 이후 2022년 2692명으로 급증한 뒤 지난해 3분기 3367명까지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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