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제는 정착지원금이라고? 바보야, 잔여수당이 문제야!

김승동 승인 2024.02.20 11:27 | 최종 수정 2024.02.21 14:08 의견 0

이 기자수첩은 활자 낭비가 될 것이 분명하다. 정착지원금 관련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최근 과도해진 정착지원금으로 시장이 혼탁해지는 것을 줄이고자 자중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변화라는 점도 알고 있다. 다만 이 글을 읽고 일각에서라도 공감했으면 하는 간절함에 노트북을 열었다.

최근 한국보험대리점협회는 회원사 중 한 곳인 스카이블루에셋을 첫 자율협약 위반사로 지정했다. 대리점협회는 지난해 9월 대형GA를 중심으로 자율협약을 진행, 이후 자율협약 참여사를 늘려왔다. 이 자율협약에서는 설계사 증원을 목적으로 과도한 정착지원금 제공을 지양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첫 자율협약 위반사로 지정된 스카이블루에셋은 자율협약을 파기하는 한편 대리점협회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했다. 자율협약을 위반하지도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스카이블루에셋은 대리점협회 배후에 삼성생명이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생명 출신 지점장 및 설계가 약 90명을 증원했고,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스카이블루에셋은 삼성생명을 상대로도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김승동 뉴스포트 기자


여기까지가 알려진 내용이다. 이 내용을 보면 ‘정착지원금’이 다툼의 핵심에 있다. 정착지원금은 통상 증원(이직)을 대가로 지급한다. 얼마 전까지는 직전 조직 연봉(수수료 총액)의 일부를 지급해왔지만 최근 그 금액이 급격히 불어났다. 더 많은 정착지원금을 지급, 일시에 조직규모를 확대하는 경쟁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보험 영업 조직에서는 설계사 규모가 곧 영업력을 의미한다.

문제는 정착지원금이 공짜가 아니라는데 있다. 정착지원금을 지급한 대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적과 정착기간을 요구한다. 가령 3년 동안 월 100만원 이상의 신계약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만약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지급했던 정착지원금 일부 또는 전부를 환수한다는 조건이다. 일명 ‘노예계약’ 문제가 정착지원금으로 파생된다. 대리점(GA)이 노예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정착지원금만 수령하는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설계사는 정착지원금 환수 방지를 위해 실적에 목을 멘다. 이 과정에서 승환계약 문제가 불거질 개연성이 커진다. 설계사는 기가입고객에게 기존에 가입했던 상품을 깨고 비슷한 신상품으로 갈아타라고 종용할 수 있다. 새로운 가망고객을 만나 신뢰를 쌓고 상품 판매를 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리기 때문이다.

승환계약을 하면 소비자는 대부분 피해를 본다. 통상의 경우 보장금액은 줄고 보험료 납입기간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저·무해지환급형에 가입, 조기해지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기도 한다.

만약 삼성생명 전속설계사 출신이라면 기존 삼성생명에서 가입한 계약을 깨고, 신상품을 권할 가능성이 크다. 이 기존 계약을 지키기 위해 삼성생명은 코드를 지급하지 않거나 해당 GA와 위탁판매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수 있다. GA의 노예계약의 안전장치이듯, 보험사도 기존 계약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노력이다.

정착지원금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순환해 발생한다. ❶정착지원금 제공 ❷노예계약서 작성 ❸환수 방지를 위한 무리한 영업 ❹승환계약 가능성 확대 ❺코드미지급 혹은 보험사-GA 위탁계약 미연장 등이다. 즉 문제의 근원에 정착지원금이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착지원금 문제의 뿌리는 잔여수당이다. 잔여수당은 판매에 따른 대가 지급을 분급하는데서 발생한다. 분급은 필연적이다. 작성계약(판매수수료 수취를 목적으로 한 가짜계약)으로인한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에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나눠 지급하는 게 당연하다. 이렇게 분급하면 설계사는 체결한 계약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할 수 있다.

설계사가 다른 조직으로 이직할 때 대부분의 보험사(GA)는 이 잔여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스카이블루에셋은 삼성생명 출신의 조직원을 증원하기 위해 이 잔여수당에 해당하는(혹은 그 이상의) 정착지원금을 제공했다. 결국 정착지원금 문제는 잔여수당이라는 뿌리에서 자라난 셈이다.

이 잔여수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사 수당 구조를 더 세분화 필요성이 있다. 수당의 상당비중은 신계약체결비로, 일부는 유지관리비로 아예 항목을 나눠놓는 것이다. 만약 설계사가 이직을 한다면 유지관리비는 해당 조직에게 지속적으로 지급한다. 반면 신계약비는 설계사가 가져가 잔여수당이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 자율협약을 하거나 보험업법시행세칙 등을 개정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허황되었다는 것을 안다. 물론 일부 조직은 설계사가 다른 조직으로 떠나갈 때 신계약비를 지급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또 금융당국이 사업비까지 전부 규정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정착지원금이 증원 문제의 근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잔여수당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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