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저해지 보험...가격 낮을수록 '빛 좋은 개살구?'

올해부터 무·저해지 보험 가격지수에 평균해지율 반영
"보험가격지수의 모순 지적"...장기 유지 못해야 가성비 좋아져

여지훈 승인 2024.02.19 11:27 의견 0

상품이 좋지 않거나 회사의 신뢰도가 낮아야 더 많이 팔리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무·저해지환급형 상품의 해지율 가정을 보험가격지수에 반영한데 따른 의견이다. 보험업계는 올해부터 무·저해지 보험의 가격지수 계산시 평균해지율을 반영했다. 하지만 평균해지율은 보험가격지수에 반영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무·저해지 보험상품의 가격지수 산정시 평균해지율을 반영한다. 보험가격지수는 특정 보험상품의 보험료를 동일 유형 내 다른 상품과 비교한 지수를 말한다. 평균가격을 100으로 하고, 이보다 높으면 평균 대비 비싼 것으로 간주한다. 가령 보험가격지수가 120이라면 해당 상품의 보험료가 평균 대비 20% 비싸다는 뜻이다.

[이미지=생명보험협회]

보험가격지수는 특정 상품의 영업보험료를 참조순보험료와 상품군별 평균사업비의 합으로 나눠서 구한다. 여기에 예정해지율도 반영한다. 더 많은 가입자가 조기 해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보험가격지수가 낮아진다.

보험은 통상 초장기 상품이다. 이런 초장기 상품의 예정해지율을 높게 반영한다는 건 상품이 좋지 않거나 보험사 신뢰가 낮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무·저해지 상품의 경우 납입 기간 중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매우 적다. 그럼에도 예정해지율을 낮게 산출한다는 건 해당 보험사 스스로 문제를 자인하는 셈이다.

하지만 해당 상품이나 보험사의 문제가 많아 예정해지율이 높아질수록 보험료는 저렴해진다는 점이 문제다. 다시 말해 상품이나 보험사의 경쟁력이 낮으면 예정해지율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보험료 경쟁력은 오히려 높아지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

최근 보험 영업 시장은 법인보험대리점(GA)이 주도한다. GA는 여러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보장이 비슷하다면 보험료가 저렴한 것을 권한다. 즉 가성비 측면에서 판단·가입한다는 의미. 가성비 좋은 보험은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보험사 신뢰도가 낮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반대로 상품이 좋거나 보험사의 신뢰도가 높을 경우 예정해지율이 낮아진다. 예정해지율이 낮아지면 보험가격지수는 올라가고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무·저해지 보험의 가격지수에 해지율을 반영하는 것이 소비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적용이율이나 사업비율과 달리 해지율은 보험료와 직관적으로 연결하기 어렵기 때문.

한 보험사 상품 담당자는 "보험가격지수는 동일한 보장을 받는 경우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상품을 비교할 수 있게 한 제도"라면서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을 보험가격지수에 반영하면 소비자 스스로 불리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2022년 초 '해지율 산출 및 적용에 관한 모범규준'을 마련, 무·저해지 보험의 적용해지율을 최적 가정을 적용했을 때보다 보수적으로 산출하도록 했다. 보험사들이 무·저해지 보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과당경쟁을 하면서 적용해지율을 부적절하게 잡은 게 배경이다.

앞선 상품 담당자는 "당시 금감원의 취지는 높은 해지율 가정으로 보험료를 인위적으로 낮추지 말라는 것"이라며 "무저해지보험 가격지수에 평균해지율을 반영하면 금감원 권고를 수용한 보험사들의 상품이 비싸 보여 외면받는 부작용이 발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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