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저축과 보장, 종신과 정기 사이...단기납종신보험 새로운 컨설팅 방향 제시

김승동 승인 2024.02.15 15:10 | 최종 수정 2024.02.22 15:31 의견 0

김진수 파인베리컴퍼니 대표 kjinsoo@finevery.com

지난 1월, 생명보험 전속 조직과 보험대리점(GA)은 단기납종신으로 인해 매우 높은 모집 실적을 기록했다. 각 생명보험사는 치열하게 환급률 경쟁을 펼쳤다. 기존 종신보험과 비교해 짧은 납입기간과 완납 후 즉시 해약해도 환급률이 100%가 넘는 특징이 모집인과 소비자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감독기관의 경고 및 제재가 이뤄졌지만 구간별 해약환급금이 조금 떨어졌을 뿐 여전히 매력적인 상품이라는 평가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단기납종신의 성격이 보장인지 아니면 저축인지 등에 대한 논쟁과 함께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이미 단기납종신은 많이 팔렸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결국 보험사와 모집인인 설계사 그리고 그들이 속한 조직도 모두 웃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단기납종신은 기존 종신보험과 정기보험 사이에 또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마련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망보장을 준비할 때 양자택일이 아닌 또 다른 대안을 고민할 수 있기에 효용은 높아진다. 따라서 소모적 논쟁에 빠지기 보단 ‘종신보험의 정기보험화’로 규정할 수 있는 단기납종신의 등장을 의미 있게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소비자 편익이 높아진 이유를 살펴보는 동시에 기존 사망보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을 고민해보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 한국인 사망원인과 생·손보 사망보장 문제

한국인은 주로 상해나 재해가 아닌 질병으로 사망한다. 통계청의 <2022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주요 사망원인 1위에서 10위 중 자살을 제외하면 모두 질병이다. 2022년 통계에는 이례적으로 코로나라는 감염병(재해)이 3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통계에 기초한 확률을 따져볼 때 조기사망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질병을 원인으로 하는 사망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 생명보험에 가입할 경우 일반사망을 선택해야하며, 손해보험사를 통한 제3보험 가입을 고민할 때는 질병사망 가입 여부를 따져야 한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사망보장 문제, 도서 빌드업 이미지 활용>


하지만 생명 및 손해보험사에 가입된 계약을 살펴보면, 사망보장은 문제다. 우선 손해보험사의 경우 질병사망이 없는 계약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암과 뇌혈관 및 심장질환 등 질병 진단 시 보험금을 받는 진단 보장의 경우 가입을 위해서 일정 금액 사망보장에 가입해야 한다. 이를 사망연계비라 부른다. 제3보험의 사망보장은 상해와 질병으로 구분되는데, 질병사망으로 연계비를 충족할 경우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상해사망이 선호된다.

다음으로 종신보험을 내세우며 사망보장을 강조하는 생명보험사의 계약을 살펴보자. 생명보험사는 보장범위가 가장 넓은 일반사망을 모집할 수 있기에 질병으로 인한 사망 시 보험금이 전혀 지급되니 않는 위험은 드물다. 하지만 평균 사망보험금이 너무 낮은 문제가 관찰된다. 2019년 한 생명보험사가 10년 간 1인당 평균 사망보험금 지금액을 발표했는데, 3000만원이 안 되는 수준이다. 이는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했을 때 너무 낮은 금액이며, 한국의 현실적 상황을 따져봐도 부족하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두 사망보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보험료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통계에서도 확인되듯 질병을 원인으로 한 사망을 보장할 경우 사고 확률이 높다. 즉, 보험료가 절대적으로 비싸진다. 이 때문에 질병사망이 선택되지 못하고 일반사망 가입금액이 낮아지는 문제가 관찰된다. 따라서 보험료 부담을 더는 동시에 필요한 사망보장을 합리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 사망보장이 필요한 시기

조기사망 위험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망보장이 꼭 필요한 시기를 살펴야 한다. 고액 자산가 등 특정 계층이 상속세를 사망보험금으로 마련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일반적인 사망보장 집중기는 ‘막내 자녀의 나이’로 결정된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5세 자녀를 둔 35세 가장을 떠올려보자.

<사망보장 집중기, 도서 빌드업 이미지 활용>

외벌이 가장 A씨는 자녀 양육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5세 자녀는 앞으로 정규교육과정에 입학하여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 등을 통해 독립적 사회인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비를 포함한 상당한 양육 비용이 발생한다. 만약 자녀 독립 전 A씨가 사망한다면, 남겨진 가족은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다. 따라서 평균적으로 자녀가 독립하는 30세 전후까지 사망보장이 중요하다. 이를 ‘사망보장 집중기’라 부를 수 있다.

합리적으로 사망보장을 준비하는 핵심은 종신보험(일반사망)이나 질병사망의 최대 만기를 기본골격으로 세운 뒤, 집중기에 사망보장을 더하는 복층설계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필요시기 합리적 보험료로 사망보장을 두텁게 준비할 수 있다.

기존 보험 상품으로 사망보장 집중기를 대응하는 방법은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이 차이를 보인다. 손해보험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사망 복층설계를 통해 기존 종신보험의 보험료 부담을 해소하며, 제3보험에서 큰 성과를 기록했다. 통합형 상품 출시 초기 복층설계로 사망보장이 필요한 시기에 집중했고, 이를 통해 보험료를 줄였다. 이후 진단비 등 생존보장까지 추가하여, 종신보험 대비 보험료 효율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했다.

2010년 초반, 통합형 상품이 완성기에 접어들 무렵 사망보장을 포함한 각 약관의 세만기 설계는 1년 단위로 조정할 수 있었다. 쉽게 66세 만기, 72세 만기 등 피보험자의 상황에 맞는 사망보장 설계가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손해보험 상품의 사업방법서를 살펴보면 5년 또는 10년 단위만 설계할 수 있어 과거와 비교 맞춤 설계의 자율도는 떨어진다. 또한 몇 년 전부터 기존 3~5년 갱신 보다 길어진 10~30년 갱신 약관이 등장하여, 필요시기 질병사망 등을 비갱신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도 과거와 비교 설계 자율도는 높지 않다.

생명보험은 사망보장 집중기를 정기보험으로 대응할 수 있다. 종신보험과 달리 기간이 정해진 정기보험을 통해 사망 보장이 꼭 필요한 시기 두터운 사망보험금으로 조기사망 위험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정기보험은 모집인 입장에서 종신보험과 비교 수수료가 적어 선호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 단기납종신보험은 종신보험의 정기보험화

사망보장 측면에서 최근 주목되는 단기납종신을 살펴보면, ‘종신보험의 정기보험화’로 규정할 수 있다. 납입기간이 짧으며, 10년 내 납입보험료 전체에 해당하는 해약환급금이 완성된다. 또한 납입총보험료를 넘긴 해약환급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H생명, 단기납종신 해약환급금 예시>


위 표는 현재 판매 중인 단기납종신의 해약환급금 및 환급률 비교표이다. 주계약(일반사망) 1억, 7년납, 종신, 남자, 40세로 가정한 계약으로 보험료 납입이 완료된 7년에 해약환급금의 환급률이 100%가 된다. 이후 10년 122.4%, 20년 142.8%, 30년 166.6% 등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앞서 살펴본 5세 자녀를 둔 35세 가장에 대입해보자. A씨의 사망보장 집중기는 자녀가 독립할 시기로 예상되는 25년 뒤다. 따라서 이 기간만 높은 사망보험금을 유지하면 된다. 만약 A씨가 오늘 단기납 종신에 가입하여 7년 간 보험료를 납부하고 25년 뒤 해약하면, 대략 150% 내외의 환급률로 계산된 해약환급금이 발생한다.

그런데 자녀가 30세에 독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도 있고 늦어지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측면을 A씨 입장에서 고려한다면, 완납 후 언제든 사망보장이 많이 필요 없어진 시기에 자유롭게 계약을 해약할 수 있다. 그리고 수령한 해약환급금은 자녀 결혼자금이나 본인 노후자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살펴본 것처럼 단기납종신은 종신보험의 정기보험화로 이해할 수 있다. 오히려 정기보험보다 사망보장 집중기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 점은 현존하는 손해보험 상품을 활용한 집중기 사망보장 설계보다 더 세밀하다. 소비자입장에선 사망보장이 필요한 시기를 1년 단위로 조정하여 미래 특정 시기 해약을 선택할 수 있기에 효율이 높아진다. 또한 모집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높아 모집인의 만족도도 크다.

◆ 형태가 무엇이든 본질은 사망보장

물론 단기납종신은 정기보험 등 다른 대안과 면밀하게 비교될 필요가 있다. 납입기간이 짧은 만큼 단기간 보험료 부담이 크고, 가계 현금 유동성이 경색되는 점 등은 가입 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측면이다. 그럼에도 단기납종신의 등장은 소비자 측면에서 종신 또는 정기라는 두 가지 선택지 외 또 다른 대안이 생긴 것이다. 이는 분명 효용을 높인다. 또한 이를 계기로 생·손보가 사망보장에서 경쟁한다면, 다양한 대안이 더 등장할 수 있다.

가령 손해보험사에서 과거 가능했던 1년 단위 세만기 설계가 다시 등장할 수 있고 이는 소비자 선택권을 더욱 넓힌다.

납입기간이 짧아져도 종신보험의 본질은 사망보장이다. 현재 단기납종신의 주된 강조점은 환급률과 비과세 등에 집중된다. 사망보장은 가능함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사망보장 측면에서만 살펴봐도 단기납종신은 명확한 장점을 가진다. 다시 말해 사망보장에 집중해도 단기납종신은 충분히 소비자에게 매력적이다.

특히 앞서 살펴본 생·손보의 사망보장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수학문제의 정답은 하나지만 정답을 찾는 과정은 다양할 수 있다. 한 문제를 다양한 시각과 방법으로 접근한다면,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이 높아진다. 이는 문제를 풀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다. 사망보장의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고 풀 수 있는 기회가 단기납종신의 등장으로 인해 생겼다. 이제라도 소모적 논쟁을 그만두고 사망보장이라는 본질이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전달되길 희망한다.

김진수 파인베리컴퍼니 대표 kjinsoo@finev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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