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라이프發 연금보험 논란]② 단기납종신 이후 ‘치킨게임 2차전 우려’

중소형사는 물론 대형 보험사도 상품 출시 검토 중
업계 전문가들 "할인율 고려하면 신중해야"

여지훈 승인 2023.11.17 06:00 의견 0

◆기사 게재 순서

① 판매는 대박 vs 회사 건전성은 부담
② 단기납종신 이후 ‘치킨게임 2차전 우려’
③ 이환주 대표 '반짝' 실적 그늘...부담은 후임자 몫

KB라이프생명이 지난달 개정한 연금보험의 판매 경쟁이 치킨게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객과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비용을 늘리면서 단기간 막대한 실적을 거둬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에 중소형사는 물론 대형 생명보험사도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성을 감안하면 향후 재무적 부담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 등 일부 대형 생보사도 연금보험을 주력 상품의 하나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KB라이프가 개정한 연금보험이 판매 호조를 거둔 게 주효했다는 평이다. 올 하반기 단기납종신보험이 당국의 규제를 받으면서 새 활로를 모색 중인 생명보험사들 사이에서 머잖아 '치킨게임 2차전'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외부 변수 움직임을 감안하면 신중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할인율(조정 무위험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

[사진=금융감독원]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은 보험부채 할인율 산출 기준에 대한 개선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간 높은 수준을 유지해온 할인율로 인해 보험부채가 과소평가돼 경제적 실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 배경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할인율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장기선도금리(LTFR)를 이듬해 0.25%p 인하할 예정이다. 보험부채 평가시 적용하는 LTFR은 현행(4.80%)보다 낮아진 4.55%가 된다. 금감원은 확대된 인하폭을 향후 3~4년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대로라면 4년 뒤인 2027년 LTFR이 3.80%로 조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LTFR은 시장에서 관찰되지 않는 먼 미래의 장기금리다. 만기에 따른 금리값을 나타낸 금리기간구조(수인률곡선)에서 최초수렴시점(현행 60년)에서의 금리를 추정한 값이다. 장기적으로 할인율곡선이 LTFR에 수렴하는 만큼 LTFR이 낮아지면 최종관찰만기 이후의 할인율곡선 전반이 낮아지게 된다.

할인율이 낮아지면 회사는 더 많은 책임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이에 최선추정부채(BEL)가 늘면서 보험부채 평가액이 커진다. 특히 듀레이션(잔존만기)이 매우 긴 연금보험과 저축보험, 종신보험 등의 비중이 클수록 영향력은 훨씬 커지게 된다.

금감원은 현행 20년인 최종관찰만기도 2025년부터 30년으로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최종관찰만기는 거래량과 유동성이 풍부한 국고채에서 관찰 가능한 가장 큰 만기를 말한다. 그동안 국채 시장이 큰 규모로 성장한 만큼 30년 만기를 지닌 국고채로부터 향후 30년간의 무위험 수익률 곡선을 산출해내겠다는 의미다.

최종관찰만기를 30년으로 늘리면 관찰구간에서의 수익률곡선이 평탄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우상향을 그리는 수익률곡선이 완만해지면 매년의 상승폭이 줄어 할인율곡선의 기울기가 낮아진다. 역시 할인율 전반이 낮아지면서 보험부채 평가액이 커진다.

즉 LTFR이 낮아지고 최종관찰만기가 늘어나면 보험사가 부담해야 하는 부채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계리법인 소속 보험전문가는 "할인율이 낮아지면 보험사는 더 많은 책임준비금을 쌓아야 한다"면서 "보험기간이 장기인 계약을 많이 보유할수록 할인율 적용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이런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KB라이프가 단기납종신보험에 이어 또 한 번 시장 확대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시장에서 다음 타자는 연금보험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B라이프는 2019년 '7년의 약속'이란 상품명으로 단기납종신보험을 가장 먼저 개발·판매한 보험사다. 당시 상품개발 전문가들은 해당 상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환급률이 높아 보험사 입장에서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단기납종신보험이 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인기를 끌자 올해 6월에는 업계 1·2위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시책 경쟁까지 벌이며 판매에 열을 올렸다. 결국 금융당국이 행정작용을 통해 상품 개정을 명령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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