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라이프, 하루 2억씩 판매하는 연금보험 도마에...제2의 단기납종신 될까?

환급률 높이고 시책도 상향 조정 '대박 조짐' vs "하이리스크 로우리턴 우려"
금감원 "제대로 설계됐는지 내용 살펴볼 것"

여지훈 승인 2023.11.06 17:19 | 최종 수정 2023.11.08 15:24 의견 0

KB라이프생명이 하루 2억원씩 판매하는 연금보험이 논란이다. 경쟁사들까지 뛰어들어 비슷한 상품을 판매할 경우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서다. 저축성보험임에도 보장성보험인 단기납종신보험만큼 사업비를 사용한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은 올해 초부터 판매하던 '무배당 100세 만족 연금보험'을 지난달 24일 개정했다. 해당 상품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을, 만기일까지 생존하면 생존보험금을 지급하는 양로보험(생사혼합보험)이다.

개정 전·후 가장 큰 차이는 '장기유지보너스' 유무다. 기존 상품은 장기유지보너스를 지급하지 않았다. 장기유지보너스는 계약을 오랫동안 유지한 것에 대해 보험사가 추가로 지급하는 돈이다.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환급률을 높여 가입 유인을 늘리는 요소 중 하나로 활용된다. 장기 유지보너스로 인해 5년 이후 환급률은 103% 이상으로 크게 올랐다.

100세 만족 연금보험 가입 안내표, 개정 전(아래) 없었던 장기유지보너스가 개정 후(위)에 추가 됐다. 장기유지보너스 도입으로 해지환급금이 대폭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이미지=KB라이프 약관 갈무리]

개정 상품은 계약일로부터 5년 시점부터 기납입 주계약보험료에 6% 금리로 장기유지보너스를 적립한다. 이 장기유지보너스 재원은 통상 보험사 사업비에서 마련한다. 이에 장기유지보너스가 커지면 그만큼 보험사의 수익성은 낮아진다. 연금 재원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중도 인출도 가능하다.

KB라이프는 해당 상품을 올해 1월부터 판매했다. 이후 10월까지 매출(초회보험료)은 1억원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달 말 상품 개정 직후부터 계약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달 초까지 약 17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일마다 2억원씩 판매한 셈이다.

5년만 유지하면 납입원금 이상을 돌려주는 컨셉이 소비자에게 먹혀들었다는 평가다. 해당 상품은 저축성보험의 일종인 연금보험이다. 단기납종신보험처럼 보장성보험을 장기저축상품으로 오인 판매한다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

보험설계사들에도 큰 인기다. 상품 판매시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대폭 올린 덕분이다.

연금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 수익성이 낮은 저축성 상품군이다. 이에 시책(성과수당)을 부가하지 않거나 부가하더라도 통상 월납보험료의 50% 수준에 그쳤다. KB라이프는 상품 개정 직후 시책을 300%까지 높였다. 단기납종신보험 수준의 설계사 판매 수당을 지급한다는 게 영업 현장 설계사들의 전언이다.

한 대형 GA 관계자는 "KB라이프가 상품 개정과 동시에 설계사에 지급하는 시책을 300%까지 상향했다"면서 "이번 연금보험처럼 20년·30년 보험료를 내는 상품은 5년·7년 등 단기납보다 수당이 높은 것도 판매 활성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인 판매수당이 많아진 데다 시책까지 높아 5년납 종신보험을 판매한 것과 비슷한 수당을 받게 된다"며 "설계사들이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 수익성 결여 상품...GA서 판매 경쟁시 건전성 악화 업계 확산

영업이 활성화된 KB라이프와는 반대로 업계는 우려의 시각이다. 수익성이 낮아 향후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아울러 해당 상품과 비슷한 상품을 경쟁사들이 앞다퉈 출시한다면 건전성 악화 이슈가 생보업계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즉 또 한 번 출혈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통상 연금보험은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 대비 수익성이 낮다.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에 이자까지 더해 돌려줘야 하기 때문. 자산운용 외에는 이익을 볼 여지가 거의 없다. 이에 사업비가 많이 배정될 수 없다. 통상 장기유지보너스나 시책이 현저히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KB라이프는 장기유지보너스와 성과수당을 크게 상향했다. 사업비를 과도하게 책정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한 보험사 상품담당자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영업 확장과 광고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며 "현 수준의 사업비를 감안하면 자산운용을 아무리 잘 해도 수익을 내는 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보험사 입장에서 하이리스크 로우리턴 상품이라는 것.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올해 판매 추이를 보고 이듬해 비슷한 전략으로 상품 출시를 검토하는 중소형사가 많다"며 "상품 판매를 검토하는 보험사도 수익성이 낮아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럼에도 판매를 결정하는 것은 단기납종신보험 이후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GA 영향력이 커진 이후 상품 수익성이 낮아도 매출 증대를 위해 보험사 간 치킨게임을 하는 상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한 손해보험사가 '독감 100만원 플랜'을 들고 나와 금융당국이 상품 담당자를 소집하기도 했다. 과거에도 유사암보험 보장 확대나 운전자보험 특약 경쟁 등이 있었다. 갈수록 치킨게임이 치열해진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특히 KB라이프는 지난 2019년 '7년의 약속'이란 상품명으로 단기납종신보험을 가장 먼저 개발·판매한 보험사다. 당시 보험사 상품개발 전문가들은 해당 상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환급률이 높아 보험사 입장에서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단기납종신보험이 GA에서 인기를 끌자 매출 확대를 위해 중소형사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 6월에는 업계 1·2위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단기납종신보험 판매 확대를 위한 시책 경쟁까지 벌였다. 결국 금융당국이 행정작용을 통해 상품 개정을 명령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다시 말해 판매를 위해 시책을 높이는 치킨게임이 갈수록 심화된 것이며, 이 치킨게임을 금융당국이 직접 진압한 셈이다.

KB라이프의 연금보험이 제2의 단기납종신보험처럼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러한 우려에 KB라이프 관계자는 "상품 출시 전 충분한 시뮬레이션과 검토를 거쳤다"면서 "이번 상품은 고객들이 보험계약을 최대한 오래 가져갈 수 있게 한다는 회사 철학에 근거한 성과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품 개정 전부터 수익성이 높았던 상품을 개정한 것"이라며 "일각의 우려와 달리 재무 건전성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차후 해당 상품의 내용과 건전성 측면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