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만든 '절판 기회'...응급실 담보 경쟁 '점입가경'

여지훈 승인 2023.10.24 10:39 의견 0

보험사 간 '응급실 내원 진료비 담보(응급실 담보)' 판매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응급실 담보는 내달 판매 중단된다. 남은 기간을 절판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해당 담보의 판매를 중단토록 권고한 게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보험사가 응급실 담보의 한도를 대폭 상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는 롯데손해보험이 응급·비응급 한도를 각각 25만원까지 올렸고 삼성화재와 DB손보가 응급·비응급 한도를 모두 20만원까지 상향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응급실 담보는 응급환자 또는 비응급환자라도 일부 질병이나 재해 등으로 응급실에 내원해 진료받는 경우 소정의 진료비를 보장하는 담보다. 통상 회당 지급하며, 응급환자는 10만원 내외, 비응급환자는 2~5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해당 담보가 과거 조치한 내용에 맞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보험사들에 판매를 중단토록 권고했다. 경증 질환까지 응급실 진료비를 보장하는 것은 중복 가입, 반복 진료 등을 통한 소비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야기하고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올 11월부터 응급실 담보의 판매를 중단키로 협의했다. 이런 와중에 판매 중단까지 한주를 앞두고 롯데손보, 삼성화재, DB손보가 절판 기회로 활용하려는 것.

특히 비응급 한도를 20만원 이상으로 상향한 것은 당국의 취지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란 질책이 나온다. 절판 기회을 틈타 한도 상향만을 부각하는 불완전판매 우려도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절판 기회를 만들어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다수의 보험사에 따르면 지급 심사를 강화해 비응급환자의 응급실 이용시 모럴해저드가 과거처럼 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단순히 과거 내용을 근거로 한 판매 중단 권고가 도리어 부작용을 야기했다는 것.

현재 당국은 보험사들의 상품 자율화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의 한도 상향을 직접 제재할 방법이 없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충분히 예상된 절판이었다"면서 "현 세태를 반영하기보다는 과거 내용만을 근거로 권고한 당국도 현 사태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장 한도 상향만을 강조한 판매가 이뤄지면서 불완전판매가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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