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 진통’은 필수? “IFRS17 정착까지는 최소 2년”

올해 첫 분기 재무제표 앞두고 혼란 불가피할 듯

여지훈 승인 2023.04.25 16:43 의견 0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후 보험사들의 첫 분기 재무제표가 공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결산공시에는 약식공시가 포함됐지만 보험사마다 일관치 못한 기준 적용으로 정보 비교가 쉽지 않았다. 업계는 IFRS17 도입 초기, 제도 안착에 과도기적 과정이기 때문에 진통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진=언스플래시]

IFRS17 시행에 앞서 보험사들은 전년부터 신구 회계기준에 따른 비교재무제표를 공시해왔다. 선제적 전환을 통해 새 제도에 대응하고 투자자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공개된 재무제표가 도리어 혼란을 가중하는 모양새다.

25일 각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지난해 결산공시를 살펴보면, IFRS17 도입으로 대부분 보험사의 자본과 이익 규모가 확대됐다. 다만 세부 사항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보험사별 계정이 고르지 않다. 상장된 주요 보험사 8곳(삼성화재,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DB손해보험, 삼성생명, 동양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중 보험계약마진(CSM)과 위험조정(RA) 상각 금액을 구분해 공시한 회사는 삼성화재뿐이다.

IFRS17 아래서 CSM과 RA는 보험수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에서 미래에 얻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실현 이익의 현재가치다. RA는 보험계약의 비금융위험(보험위험, 해지위험, 사업비위험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의 불확실성을 대비해 추가로 적립한 금액이다.

둘 모두 보험부채로 인식되지만 향후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상각됨에 따라 보험수익으로 인식된다. 즉 미실현된 미래의 이익인 셈. RA가 CSM보다 비중이 작아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작다고는 하나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세부 계정별 정보 제공이 필요한 이유다.

CSM의 소급 기간도 제각각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회계기준 전환일(2022년 1월 1일) 전 발행된 보험계약에 대해 시가평가를 위해 소급법 또는 공정가치법을 적용하도록 했다. 원칙대로라면 IFRS17을 계속 적용해온 것처럼 완전소급법을 적용해야 하나, 판매 당시의 정보(추정치, 위험조정, 할인율 등)를 확인하기 어려울 경우 수정소급법과 공정가치법을 허용한 것.

보험사가 수정소급법을 적용할 시 최대 소급 기간은 전환일 기준 직전 5년이다. 보험사는 이 기간 내에서 소급 기간을 정하고, 소급 이전 계약은 공정가치법을 적용해 측정해야 한다. 소급 기간이 짧을수록 이익잉여금으로 분류되는 금액이 많아 전환시점의 자본이 증가하지만 CSM은 감소한다. 미래의 이익을 희생하는 대신 현재의 자본을 확충하는 셈이다.

각사 공시에 따르면 생보사가 손보사 대비 짧은 소급기간을 적용했다. 과거 종신보험, 연금보험 등 만기가 긴 상품 위주로 판매한 생보사의 자본 확충 필요성이 더 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소급기간은 삼성생명이 1년으로 가장 짧았고, 교보생명이 2년, 한화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신한라이프가 3년을 적용했다. 손보사는 한화손보와 KB손보가 4년, 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이 5년의 소급기간을 적용했다.

각사마다 적용 기준이 다르다 보니 객관적 비교가 어렵다. CSM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RA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소급 기간 차이로 결과값의 신뢰도도 낮다.

업계에선 새 회계제도 안착 과정에서의 진통이 생각보다 길어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21일 보험연구원 주최로 열린 ‘신회계제도와 보험회사의 대응’ 세미나에서 전용범 한국보험계리사회 부회장은 “룰(규정) 기반으로 부채 계산 방식이 감독기준에 규정돼 있던 기존 회계제도와 달리 IFRS17은 원칙 기반”이라며 “가이드만 제시할 뿐 세부 적용 기준은 회사가 자율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 제도가 뿌리를 내리고 토착화하는 데는 적정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승엽 홍익대학교 교수도 “IFRS17에는 재량적인 판단과 가정이 매우 많이 들어간다”며 “사업비배분모형 설계 시 기준서는 직·간접비만 구분하면 된다는 원칙만 제시할 뿐 나머지 세부 사항은 보험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IFRS17에 정통한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보험사들도 다른 회사가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부분이 많다”면서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안착하기까지는 적어도 2~3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지난해 결산공시까지는 약식공시로서 비교가능한 항목이 적었다”면서도 “올해 분기 공시부터 비교가능한 틀이 형성되면서 좀 더 원활한 정보 제공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유관기관 및 업계 전문가들과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신제도의 원활한 도입을 위해 다각도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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