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생명·하나손보, 이유 있는 '대규모 적자'
IFRS17도입 대비 보장성보험 공격적 마케팅...사업비 증가 '착시'
2023년 회계전환 후 이익으로 반전..."전략적 적자"
성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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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6 15:36 | 최종 수정 2022.11.1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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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까지 대규모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KB생명, 하나손보 등 중소형사의 표정은 오히려 밝다. 오는 2023년 전환되는 회계에 맞춰 전략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적자가 크면 클수록 회계전환 후 흑자도 커질 것이라는 자신감이 반영된 표정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당기순손실은 ▲KB생명 519억원 ▲하나손보 317억원이다. 이들 보험사의 이 같은 실적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거나 그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 보험사는 지난해 말 경영전략을 세우면서 올해 전략적인 적자를 계획했다. 올해 대규모 적자를 낼수록 오는 2023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후 흑자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전략적 적자 퍼레이드의 배경에는 보장성보험 확대가 숨어 있다. 또 전환회계에서 사업비 차감 방식이 바뀐 다는 것도 계산되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재 회계제도(IFRS4)는 현금주의 방식인 반면 IFRS17은 발생주의가 기본이다.
현재 저축성보험을 판매하면 보험료 수입이 곧바로 당기순이익이 증가한다. 이후 보험금(환급금)이 지급될 경우에 당기순이익에 악영향을 미친다. 보험은 보험료를 받을 때와 보험금(환급금)을 지급할때까지의 시차가 매우 크다. 이에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하는 해는 당기순이익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의 착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착시를 줄이고 보험사의 실질 수익을 더 정확하게 보기 위해 IFRS17에서는 발생주의를 기본으로 한다. 보험계약이 체결되면 향후 지급할 보험금(환급금)을 즉시 부채로 계상한다. 이후 매년 조금씩 이익으로 반영하는 방식이다. 실제 보험계약에서 보험금(환급금)이 발생하지 않아야 이익으로 잡히는 셈.
IFRS17에서 이익은 계약서비스마진(CSM)으로 책정한다. CSM은 미래 예상되는 이익을 현가로 평가한 것을 뜻한다. 계약 시점에는 부채로 인식하지만 향후 보험기간동안 상각되어 이익으로 전환된다.
예를 들어 가입금액이 1억원인 종신보험에 가입, 20년 동안 매월 30만원의 보험료를 납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보험사는 계약 당시 1억원의 부채를 계상한다. 해지하지 않으면 무조건 1억원의 보험금이 지급하기 때문이다. 가입후 1년 뒤에 사망하지 않았다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1년만큼의 서비스 비용이 이익으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기까지 조금씩 조금씩 이익이 발생한다. 이에 과거에 체결한 누적 계약의 규모가 CSM 규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보장성보험은 언더라이팅으로 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 언더라이팅은 보험의 위험률을 파악해 적정한 보험료를 책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언더라이팅을 정교화하면 보험사의 수익이 증가한다. 저축성보험은 보장하는 위험이 작기 때문에 언더라이팅 이익을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 IFRS4에서는 보험 사업비를 계약 초년에도 집중적으로 차감하며 통상 7년 이내에 모두 상각하는 방식이다.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보장성보험 판매량이 증가하면, 그해 사업비 지출이 증가해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올해 KB생명, 하나손보가 바로 이런 영향으로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IFRS17에서는 사업비를 전보험기간에 분산, 상각한다. 즉 보험기간이 30년이면 30년간 사업비를 차감하는 방식이다.
KB생명 관계자는 "3년 전부터 IFRS17 도입을 대비해 보장성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해왔다"며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려 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한편, DGB생명과 하나생명은 올해 3분기까지 각각 69억원, 1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겨우 적자를 면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보험사도 IFRS17에 대비 올해 보장성보험에 집중하며, 사업비 규모를 키운 것이 전년 대비 감소한 순익의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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