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은 보장성보험의 대표 상품입니다. 보장금액도 가장 크며, 납입하는 보험료도 많죠. 그런데 일부 설계사는 ‘수익률’, ‘저축·투자 기능’, ‘연금 전환’ 등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게 바로 ‘1억 만들기 플랜’으로 상징되는 ‘종신보험으로 목돈마련하기’라는 마케팅 기법이죠.
종신보험의 부가기능 중 하나인 보험료 적립 기능을 가장 강조하는 것에 대해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매우 경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보험사들은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종신보험의 저축기능을 꼬집으며 ‘소비자 경보’ 등을 발령하기도 했습니다. 목돈마련을 위해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왜 이렇게 종신보험을 저축으로 둔갑시켜 판매할까요?
우선 종신보험이 무엇인지 알아야겠죠. 종신보험은 사망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입니다. 죽을 때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종신보험이죠. 통상 가정의 주요 수입원인 가장이 가입합니다. 아직까지는 아빠가 가입하는 보험이라는 인식이 강하죠. 만약 가장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족의 생계가 막막해집니다. 자녀는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워질 수도 있죠. 이런 일을 막고자 하는 게 바로 종신보험입니다. 아빠가 먼저 먼길을 떠나더라도 남아 있는 가족이 일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고도 표현합니다.
그런데 사망보험금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이 왜 그토록 저축기능을 강조하는 상품이 되었을까요?
그 이유는 종신보험에 적용하는 이율(공시이율)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종신보험의 공시이율은 은행 예·적금 금리보다 통상 1.0%~1.5%포인트 정도 더 높습니다. 1.0%포인트 차이가 작은 것 같지만, 중장기로 봤을 때 이 차이는 매우 큰 수익률로 나타납니다. 은행 적금은 2.0% 금리를 제공하는데 종신보험 공시이율은 3.0%를 적용한다고 하면, 솔깃합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설계사는 은행은 단리로 이자가 붙지만, 보험은 이자가 복리로 붙어서 장기투자할수록 수익률이 매우 커진다고 강조합니다.
참고로 단리는 원금에만 이자가 붙지만, 복리는 이자에도 이자가 붙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금이 1억원일 때 연 2%의 단리 이자가 붙으면 이듬해 1억200만원을 받습니다. 그 다음에는 1억400만원을 받죠. 10년 후에는 1억1000만원이 됩니다. 복리라면 이듬해 1억200만원이 붙는 것은 같습니다만 그 다음해에는 1억400만원이 아닌 1억404만원이 됩니다. 400만원이라는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기 때문이죠. 10년 후에는 약 1억2190만원이 됩니다. 단리보다 1190만원 더 이자가 붙는 거죠. 게다가 수익률도 단리 2%를 적용하는 적금보다 높습니다. 결국 장기투자하면 더 유리하다는 게 종신보험으로 장기 저축을 하라는 논리의 핵심이죠.
그런데 정말 장기저축을 목적으로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좋을까요? 이 내용을 말씀드리려면, 종신보험 상품 구조에 조금 더 깊이 알아봐야 합니다.
종신보험의 상품 구조 및 사업비는 어떻게 책정될까요?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를 냅니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매달 10만원을 낸다고 가정하죠. 즉 전체 보험료는 10만원입니다. 이 보험료를 세분화하면 순보험료와 부가보험료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순보험료는 향후 가입자에게 다시 돈을 돌려주기 위한 돈입니다. 보험사고 발생시 지급할 보험금은 물론 해지할 때 되돌려주는 환급금도 여기에 포함되죠. 즉 순수하게 보험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구분하는 보험료입니다. 부가보험료는 보험이라는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발생하는 구분합니다. 계약을 체결한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는 물론 보험사를 유지하기 위해 발생하는 유지비 등이 포함되죠.
종신보험에 가입해 매달 10만원을 납입했다고 하죠. 그렇다면 저축처럼 10만원이 전부 보험적립금으로 쌓일까요?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이 보험료 중 일부는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한 돈으로 빠지게 됩니다.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한 보험료를 위험보험료라고 하며, 위험보험료는 보험료 적립금에 포합되지 않습니다.
종신보험은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입니다. 그러니 종신보험 가입 초기에는 사망 확률이 낮겠죠. 위험보험료로 차감되는 돈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위험보험료가 적으니 납입한 10만원 중 거의 대부분이 보험적립금에 쌓여야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설계사들이 설명을 잘 하지 않지만 부가보험료 중 사업비 부분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사업비 규모가 예상보다 큽니다. 보험 사업비는 초기에 대부분 집행됩니다. 이 때문에 보험은 조기에 해지하면 손실이라고 하는 것이죠.
즉 10만원 중 위험보험료가 일부 빠지고, 사업비가 대폭 빠집니다. 그래서 가입 초기에는 보험료 적립금으로 쌓이는 돈이 거의 없죠. 이에 정말 초장기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높은 이율의 복리를 적용한다고 해도 향후 적금보다 더 많은 돈을 되돌려받기가 쉽지 않은 것이죠. 쉽게 말해 종신보험의 저축기능이 있긴 있지만, 저축 목적으로 들어가는 재원이 전체 보험료 중 일부라는 것입니다. 쌓이는 돈 그 자체가 적기 때문에 장기 유지하지 않으면 납입한 원금에서 1원도 차감하지 않고 무조건 이자가 쌓이는 은행 적금보다 좋은 수익률을 내기가 어려운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본전심리가 매우 큽니다.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하죠. 보험의 핵심 기능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에 따른 금전적인 보상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본전심리 때문에 납입한 보험료를 다시 되돌려받기를 원하죠. 종신보험에 가입하면서도 본전심리는 똑같습니다. 그런데 앞서 살펴봤듯이 초기에 쌓이는 돈이 적기 때문에 은행 적금보다 높은 이율과 복리를 적용한다고 해도 정말 초장기로 유지하지 않으면 은행보다 유리할 수 없는 거죠.
그렇다면 보험사들은 이것을 보고만 있을까요? 보험사들은 종신보험의 적립금이 크게 발생하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많은 설계사들이 종신보험을 판매하면서 '저축 기능'을 강조합니다. 이는 자동차를 판매하면서 '이동'보다 '과시효과'에 맞춰 판매하는 것과 비슷하죠. 부수적인 효과를 강조해 마케팅을 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사실 이 부수적인 효과가 판매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종신보험도 마찬가지죠. 이에 보험사들은 종신보험의 저축 효과를 강조해왔죠. 아울러 여러 기능을 추가해 은행 적금보다 종신보험의 적립금이 더 크게 발생하는 시기를 앞당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야 저축기능을 여전히 강조할 수 있으니까요.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저해지환급형, 무해지환급형 구조입니다.
종신보험은 납입기간이 통상 20년입니다. 물론 10년 혹은 30년을 납입기간으로 설정할 수도 있죠. 통상적으로 20년의 납입기간을 가장 많이 설정합니다. 그런데 납입을 끝내지 못하고 보험을 해지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 종신보험 5년 유지율은 50%대에 불과하죠. 즉 가입자 10명 중 5명은 납입을 끝내지 못하고 손실을 보면서 해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조기해지하는 것을 줄이는 동시에 끝까지 납입한 종신보험 가입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도입한 것이 바로 저해지환급형과 무해지환급형 상품입니다. 저해지환급형은 납입기간에 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을 거의 돌려받지 못합니다. 무해지환급형은 아예 한푼도 받을 수 없죠. 납입기간 중 해지하면 정말 큰 패널티가 있으니 장기 유지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패널티만 있으면 안 되겠죠. 저해지환급형, 무해지환급형 상품은 납입기간에 해지해도 환급금을 일부 돌려주는 표준형 상품 대비 보험료가 최대 20% 이상 저렴합니다. 표준형이 10만원 내야 받을 수 있는 보장을 8만원만 내고 받을 수 있는 거죠. 또한 납입이 끝난 직후에는 환급금이 표준형과 동일한 수준으로 높아집니다. 이는 납입기간 중 해지한 가입자에게 환급금을 돌려주지 않는 대신 납입을 끝낸 사람에게 준다는 개념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즉 저해지환급형, 무해지환급형은 납입기간만 잘 유지하면 매우 유리한 상품입니다. 적은 보험료를 내고 향후 더 큰 보장과 더 많은 환급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보험료는 표준형 대비 상대적으로 덜 내고 환급금은 표준형만큼 커지기 때문에 저축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활용되기도 하죠.
보험사들은 체증형이라는 구조도 도입했습니다. 체증형은 일정시점 이후 보장금액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1억원 보장 상품인데 10년 후에 10%씩 보장금액이 커진다고 하죠. 30세에 가입했다면 39세까지 보장금액은 1억원이지만 11년째인 40세부터는 1억1000만원, 42세에는 1억2000만원이 되는 겁니다.보장금액이 커지니 보험료는 어떻게 될까요? 네. 보험료도 커지겠죠.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할 겁니다. 그런데 가입 초기에 위험보험료는요? 1억원을 보장하니 가입초기 위험보험료는 커지지 않습니다. 이걸 뒤집어 보면 보험료는 더 많이 내는데 위험보험료는 커지지 않으니 더 많은 적립금이 초기에 쌓입니다. 이렇게 쌓은 적립금을 높은 이율의 복리로 굴리면 더 빨리 은행 적금보다 이익이 커지겠죠.
결국 체증형은 향후 보장을 더 크게 한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저축기능을 더 강조하기 위해 도입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죠.
최근 생명보험사들은 단기납 종신보험을 많이 판매하고 있습니다. 과거 통상 20년간 납입 조건으로 가입을 많이 했는데, 현재는 10년 이내로 가입하는 상품이 많이 팔립니다. 사실 단기납 종신보험도 저축기능을 강조하기 위해서 도입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위험보험료가 동일한데 보험료를 더 납입하면, 초기에 적립금이 커지겠죠. 가입 초기부터 크게 쌓인 적립금을 은행 적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율로 운용하면, 은행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구간이 앞당겨지게 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저해지환급형과 체증형, 단기납까지 이런 저축관련 기능을 모두 적용한 상품까지 나오고 있죠. 종신보험의 부가기능인 저축을 강조, 목돈을 모으는 동시에 사망보장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이런 종신보험이 은행 적금보다 더 괜찮을까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보험사들은 은행 적금보다 더 수익률이 많이 나오는 구간을 만듭니다. 보장성보험의 대표상품을 저축컨셉으로 판매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겠죠. 소비자의 본전심리에 반하지 않고, 판매 하기 위해 일정 구간에서는 은행 금리보다 수익률이 높아야 합니다. 그리고 판매자인 설계사는 해당 구간을 강조해서 설명합니다. 종신보험에서 적용하는 공시이율은 매월 시중금리에 따라 달라집니다. 은행 적금보다는 높은 이율을 적용하죠. 그래서 종신보험이 적금 대비 좋은 구간이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지속적으로 저축보다 좋을 수는 없지만요.
그렇다면 이런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게 유리할까요? 아니면 종신보험에 가입하기 보다 그 돈으로 차라리 저축을 하는 게 나을까요? 이런 질문을 한다는 그건 개인의 사정에 따라 달리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씀 드립니다. 보장과 동시에 어느정도의 목돈 마련이라면 종신이 더 나을 수 있지만 저축만을 원한다면 저축이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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