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자 MG손보 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죠. MG손보는 소비자 피해가 없을 정도로 보험금 지급능력이 충분하다 반격했지만, 금융당국은 다시 항고하며 맞대응했습니다. 이번 MG손보 파장이 향후 건전성 규제는 물론 보험계약이전제도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네요. 뉴스포트는 MG손보로부터 발생할 파장에 대해 현미경을 대봤습니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의 평가익이 감소하며, 이로 인해 현행 건전성 기준(RBC)이 악화됩니다. 금융당국이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것도 금리상승 영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MG손보는 RBC제도에서 발생하는 문제 때문이라고 반격했죠. 원가평가한 부채와 시가평가한 부채는 그 규모가 다르다는 거죠. 이에 시가평가하면 적기시정조치도, 부실금융기관 지정도 피해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5월 13일 기사 참고: 금융당국, 신건전성제도 적용해도...“MG손보 부실 심각”]
하지만 내년인 2023년 새로운 건전성 기준(K-ICS)을 도입,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한다고 해도 MG손보의 건전성은 여전히 우려할만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입니다.
금리가 상승하면 기본자본은 줄고, 보완자본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죠. 그러다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면 기본자본은 계속 감소하지만, 보완자본은 한계(가용자본의 50%)를 초과해버리죠. 결국 가용자본 자체의 감소를 부르게 됩니다.
◆ 금리 급등 영향...금융당국 K-ICS 규제 완화검토
올해 초부터 시중금리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죠. 금융당국도 시중금리 상승은 예측했습니다. 이에 지난해 5.20%를 적용하던 장기선도금리(LTFR)를 4.95%로 낮췄죠. LTFR은 K-ICS에서 적용하는 할인율 개념입니다. LTFR을 너무 높게 적용하면 보험사의 부채가 과소평가될 수 있죠.
LTFR을 수정할 때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은 급격한 상승은 예측하지 못했죠. 시중금리의 방향이 아니라 상승 폭이 너무 높아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내년 도입 예정인 K-ICS는 부채를 모두 시가평가하는 게 원칙이지만, 해약환급금에 대해서는 원가평가 방식을 유지합니다. 해약환급금은 보험가입자가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금리변동에 따른 평가액이 달라지면 안 되죠. 가령 금리가 올랐다고 가입자가 1000만원 받을 해약환급금이 8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되면 안 되잖아요.
보험부채는 시중금리에 따라 평가하지만, 해약환급금은 원가 그대로 산출합니다. 이에 금리가 일정 수준 오르게 되면 시가평가한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작아질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보험부채(시중금리 2.5%)와 해약환급금(부담이율 2.5%)이 각각 100억원이라고 가정하죠. 금리가 상승해도 원가평가하는 해약환급금은 변하지 않죠. 반면 시가평가하는 보험부채는 줄어들게 됩니다. 시가평가 부채는 금리가 상승할수록 90억원(시중금리 3.0%), 80억원(시중금리 3.5%) 순으로 감소하는 거죠. 그리고 이 차액을 해약환급금부족분상당액(해약환급금-시가평가한 보험부채)이라고 하며, 기본자본에서 차감해서 보완자본으로 이동시킵니다.
보험사 건전성을 측정할 때 가용자본이 분자가 되고 요구자본이 분모가 됩니다. 가용자본은 손실흡수 정도에 따라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으로 구분하죠.
최근 시중금리 급등에 따라 해약환급금부족분상당액 규모가 대폭 커졌습니다. 다시 말해 원가평가한 해약환급금 대비 시가평가한 보험부채가 대폭 감소했다는 거죠.
특히 해약환급금 등 부채 부담금리가 낮은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등 손해보험사는 해약환급금부족분상당액 규모가 문제가 될 정도로 커졌습니다. 또 그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던 한화생명, NH농협생명 등까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금융당국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준비 중이었죠. 해약환급금부족분상당액이 보완자본으로 이동하는 비율 등을 조정, 금리 상승에 따라 보완자본이 급격히 커지는 것을 줄이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비유를 해볼까요.
파란물(보험부채)이 빨간물(해약환급금부족분상당액)보다 적어지면 안 되는 규칙이 있다고 가정하죠. 그런데 파란물을 담은 컵은 마개가 없고, 빨간물은 마개가 있습니다. 규칙을 지키기 위해 파란물을 더 많이 유지해야 하지만, 외부에서 충격을 받으면(금리 변동) 파란물은 출렁이다 쏟아집니다(시가평가에 따른 부채감소). 보험사는 쏟아진 물만큼을 더 채워넣어야겠죠. 이에 다른 곳에서 물(가용자본)을 끌어와 다시 파란물에 희석합니다.
시중금리가 일정수준 이상 상승하면 보험부채 감소와 동시에 보험사의 건전성 비율이 악화되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줄어든 파란물(보험부채)의 수위를 빨간물(해약환급금부족분상당액) 이상으로 만들기 위해 가용자본이라는 물을 끌어와 써야 하기 때문이죠.
뭔가 좀 불합리하죠. 그래서 파란물이 든 컵에도 마개를 설치하자고 논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 법원, MG손보의 가처분 인용...규제 완화 ‘변수’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후 선을 그어 따로 관리하고, 나머지 보험사를 대상으로 해지환급금부족분상당액과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고 했죠. 즉 시중금리에 따라 보험부채가 급변하는 것을 줄이려는 복안이었겠죠.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한 것이죠.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된 대목입니다.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내년 K-ICS를 적용해도 MG손보의 건전성은 좋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금융당국이 어쩔 수 없이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는 것에 큰 힘을 받게 될거에요.
반면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 MG손보의 건전성은 좋아질 수 있겠죠. 금융당국이 부실금융기관 지정으로 지정한 것이 무리였다는 의견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법원의 부실금융기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에 금융당국은 즉각적인 항고에 나섰죠. 금융당국이 체면을 차리기 위해선 법원 판단이 잘못됐다는 의견을 피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와중에 선을 대충 그을수도 없겠죠. 이 선을 어떻게 긋는가에 따라 보험업계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체면을 차리는 동시에 파란물(보험부채)의 변동도 어느 정도 줄이는 방법을 마련할 것이라고요. 다만 이 과정에서 관련 규제는 대폭이 아닌 일부 완화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요.
그럼 MG손보의 파장이 여기서 그칠까요?
K-ICS 적용 이후인 내년에도 건전성이 좋지 않다는 건 MG손보의 보유계약이 손실계약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보험을 팔아 이익을 내는 게 아닌 오히려 손해라는 거죠. 그렇다면 MG손보를 인수하려는 곳이 등장할까요? 만약 MG손보 인수자가 나타지 않는다면, 가입자는 어떻게 될까요?
다음 편에는 보험 계약자 입장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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