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은해 막자'...금감원, 보험사기 유발 상품 '대대적 손질'

성명주 승인 2022.05.16 08:16 의견 0

# A씨는 다른 차를 피하려다 인도에 부딪쳤다. 다행히 타이어만 펑크나는 경미사고였다. 사고처리를 위해 담당 설계사에게 연락하니, 설계사는 운전자보험에서 자동차부상치료비(자부상)로 보험금을 수령 하려면 아프지 않아도 무조건 병원에 다녀와야 한다고 귀띔했다.

보험사기 문제의 심각성에 대처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보험사기 유발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손질하는 한편 업계의 자정 노력도 강도 높게 주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가평 계곡 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은해 씨 관련 이슈가 보험업계로 옮겨가는 분위기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16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DB·KB손보 등 일부 손해보험사가 판매 중인 가족동승자부상치료비(가부상) 담보에 대한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이에 해당 손보사는 즉각적으로 상품 판매 중단 방침을 세우는 등 서둘러 대처했다.

가부상은 기존 자부상의 보상대상을 가족으로 확대한 담보다.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 외 함께 탄 가족까지 보상한다. 가입자(피보험자) 본인만 보상하는 자보상과 다른 점이다.

예를 들어, 상해1등급 500만원, 14등급 20만원을 보상하는 가부상에 가입했다. 상해등급은 급수가 오를수록 보상하는 보험금도 커진다. 가부상 가입자가 가족과 함께 탑승하고 운전하다 사고를 내면 가족 중 가장 높은 상해등급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5명의 가족이 탑승한 차량이 사고가 났을 경우, 그중 1명만 1등급이면 가족 모두 1등급 기준으로 보험금을 수령, 2500만원(500만원×5명)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와 같은 상품 구조 방식이 이득금지원칙을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상해정도가 다른 이들이 동일하게 가장 높은 상해 등급의 보상액을 받을 경우 초과이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이로 인해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의 사고를 유발 하는 등 모럴리스크가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또 당국은 가부상으로 번지게 한 상품인 자부상도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자부상은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한 상해등급(1~14등급)에 따라 가입자 본인에게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담보다. 가장 낮은 등급인 14등급에는 관절 염좌, 단순 타박상 등이 해당한다. 경미한 부상에도 보험금 수령이 가능하며, 교통사고만 입증되면 지급이 수월하다.

이에 고의사고를 유발하고 사고를 접수한 뒤 보험금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심지어 일부 보험사의 경우 한때 ‘의사얼굴만 봐도 100만원 지급’, ‘스치기만 해도 보험금 수령’ 등과 같은 자극적인 문구로 마케팅을 한 것도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비슷한 자부상을 여러 보험사에 중복 가입한 후 고의사고를 내고 수백만원의 보험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통사고로 파손된 자동차는 다른 보험(자동차보험)으로 자비를 내지 않고 수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자동차보험은 지속적으로 손해율이 높은 상품군이다. 즉 자부상(가부상)이 포함된 상품인 운전자보험으로 인해 자동차보험 손해율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것.

현재 가부상은 중복가입을 어느 정도 제한하고 있다. 업계 누적 가입한도를 설정하고, 보상금액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게끔 설정하도록 했다.

가부상, 자부상 이외에 교통사고피해자부상치료지권금(피부치)도 모럴리스크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았다.

피부치는 중과실 교통사고, 음주, 뺑소니 사고 등 12대 중과실 위반으로 상해를 입을 시 상해등급에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담보다. 쉽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이에 대해 당국이 경고하며 2021년 9월 모든 손보사들이 판매를 중지했다.

금감원이 모럴 리스크가 있는 상품을 강도 높게 점검하는 이유는 이은해 씨 이슈로 커진 보험사기 경각심을 높이고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이미 금융위원회를 주축으로 금감원 및 보험업계가 일명 ‘이은해 대책반 TF’를 꾸렸다. 이 TF에서는 보험사기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은 물론 업계 자정 노력을 위한 주문도 논의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을 주축으로 현재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보험사기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며 “모럴 리스크가 있는 상품은 조만간 업계에서 퇴출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보험사들은 모럴리스크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매출에 큰 부분을 차지했던 만큼 영업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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