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낮춰라' 당국 압박에...생보사 아직은 '시기상조'
과거 예정이율 인하 때도 시중금리 반영하는데 3년 걸려
김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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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3 16:15 | 최종 수정 2022.05.0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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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이율 인상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생명보험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급등하는 시중금리에 맞춰 생보업계도 예정이율을 조정하는 등 보험료 산정체계를 재점검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생보업계는 예정이율은 시중금리에 후행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 생보사들은 예정이율 변동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정이율은 시중금리에 후행하며 한번 결정하면 해당 상품의 만기까지 유지해야 한다. 특히 종신보험 등 생명보험 상품 만기는 통상 손해보험사 상품보다 길고 보험료 규모도 크다. 이에 장기 금리리스크를 면밀히 분석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시점까지 보험료를 굴려 낼 수 있는 최소 예상 수익률을 의미한다. 시중금리와 운용자산수익률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예정이율이 0.25% 높아지면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가격이 최대 10% 이상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
생보업계가 예정이율 인상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이유는 급등한 시중금리가 아직 운용자산수익률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보사는 자산의 약 60%를 채권에 투자하며, 자산 듀레이션(잔존만기)은 통상 10년이다. 교체매매를 통해 시중금리가 운용자산수익률에 반영되려면 최소 2년 이상 걸린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분석이다.
과거 삼성생명 등 보험사들은 시중금리보다 낮은 예정이율을 적용했다. 예정이율을 보수적으로 산출, 적용해왔던 것. 2012년 삼성생명은 3.81%의 시중금리(국고채 10년물) 대비 낮은 3.50%의 예정이율을 적용했다.
그러나 유럽발 금융위기 확산으로 우리나라도 금리를 급격히 낮췄다. 그럼에도 생보사들은 여전히 높은 예정이율을 유지했다. 3.81%의 시중금리가 2.18%로 1.63%p 급락했지만, 운용자산수익률에 시중금리가 반영되는데 3년 가까운 시차가 발생했다. 이에 예정이율 3.50%에서 3.25%로 25%p 인하하는데도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 지난해 5월이 되어서야 시중금리가 예정이율을 역전했다. 하향 추세였던 금리가 상승 반전한 것이 배경이다.
이처럼 시중금리가 높아지자 손보사를 중심으로 예정이율 인상을 단행했다. 시중금리를 반영해 보험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손보사의 이 같은 움직임을 확인한 금융당국은 생보사도 예정이율을 조정하라고 압박했다. 시중금리에 대한 반영을 서두르라는 것.
그러나 생보업계는 시중금리 반영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종신보험 등 생보사 상품은 손보사 상품 대비 보험료 규모가 크고 만기도 길다. 가령 손보사 주력상품인 운전자보험 등의 보험료는 5만원, 보험기간은 10년 내외다. 종신보험은 30만원, 보험기간은 수십년이다.
대형 생보사 한 관계자는 “예정이율을 산출할 때 시중금리는 물론 운용자산수익률을 고려해야 하는데 급등한 시중금리가 아직 운용자산수익률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례적으로 급등한 시중금리가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다시 하락 반전할 것인지 알 수 없어 예정이율 인상 검토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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