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코앞인데...한화생명 저축성보험 1조 판매...금감원 ‘점검’

하반기 상품 개정...방카슈랑스 전체 매출의 85% ‘집중’

김승동 승인 2022.03.03 16:50 의견 0

한화생명이 지난해 하반기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 매출을 급격하게 늘려 논란이다. 수익성이 매우 낮은 상품 판매로 매출액만 커 보이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2023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앞서 올해 하반기 경영실태평가 준비점검을 진행, 각 보험사의 지속가능경영 여부를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해 7월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판매하는 연금보험을 개정, 장기유지보너스를 기존 최대 0.7% 지급에서 5.0% 지급으로 높였다. 일정 기간 이상 유지하면 기본 적립금에 추가 보너스를 더해준다는 것.

가령 지난해 6월에 은행에서 한화생명의 스마트V연금보험에 가입, 매월 100만원을 납입하고 10년을 유지하면 장기유지보너스는 42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7월 이후 가입자는 6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한화생명 스마트V연금보험 약관에서 발추


상품 개정 직후 방카슈랑스에서는 매출(초회보험료)로 화답했다. 지난해 상반기 방카슈랑스 매출액은 1263억원(월평균 210억원)이었다. 개정 이후 하반기 매출액은 상반기 대비 8배(월평균 1741억원) 이상 폭증했다. 월별로는 ▲7월 1751억원 ▲8월 1925억원 ▲9월 2475억원 ▲10월 1450억원 ▲11월 1103억원을 기록, 11월까지 매출 총액이 9967억원으로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한화생명의 방카슈랑스 매출 1조원 돌파는 지난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방카슈랑스 매출은 ▲2017년 6287억원 ▲2018년 4754억원 ▲2019년 5240억원 ▲2020년 7709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방카슈랑스 집중으로 지난해 11월까지 방카슈랑스 비중은 총매출액 1조1702억원의 85%에 달한다.

보험업계는 지난 2017년부터 IFRS17 도입 준비로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여왔지만 한화생명은 지난해 거꾸로 행보를 한 셈이다.

방카슈랑스에서는 대부분 저축성보험이 판매된다. 방카슈랑스를 통해 부가보험료 규모를 키웠고, 이는 2021년 결산에서 대규모 비차익으로 귀속됐다.

다만 사차익에서는 남는 게 없다. 연금보험 사업비는 약 7%로 알려져있다. 이 중 보험상품을 판매한 은행에 2% 내외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한화생명은 장기유지자에게 5%의 장기유지보너스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이익은 사차익과 비차익으로 구성된다. 사차익은 위험률차이익이며, 비차익은 예정사업비와 실제사업비의 차액이다. 저축성보험은 보장액이 크지 않아 사차익이 거의 없는 반면 보험료 규모가 크기 때문에 비차익은 많다.

문제는 IFRS17이 도입되는 내년 이후다. 보험영업수익이 현금수취액이 아닌 당해 회계연도에 제공한 보험서비스에 대해서만 인식하도록 바뀐다. 거둬들인 보험료 중 저축성보험 상당액은 보험영업수익에서 제외되는 것. 비차익 개념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기존에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는 보험영업수익이 대폭 감소할 수밖에 없다.

1년 후인 2023년에 IFRS17이 적용됨에도 저축성보험을 대거 판매한 배경은 보험상품은 초장기인 반면 CEO 등 임원의 임기는 단기에 그치기 때문이다. 즉 CEO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것보다 임기 내에 높은 이익을 내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전속 영업조직을 본사에서 분리했다. 그러나 분사한 판매조직의 실적은 예상보다 부진했다. 이를 비차익으로 덮어씌워 성과를 포장하기 위해서라는 시각이다. 또 금리상승 시기인 만큼 시장의 기대치에도 부합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하반기께 IFRS17 도입 준비에 대해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회계시스템 구축 여부 등 하드웨어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 변화된 환경에 맞춘 경영전략 등을 세웠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방카슈랑스에서 판매하는 저축성보험에서 장기유지보너스를 5% 지급한다는 건 사실상 이익을 포기했다는 의미”라며 “회계기준이 바뀌기 전 CEO나 임원의 실적 압박에 저축성보험을 판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년 회계에 대한 큰 축이 변화한다”며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하면 부채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은 있는지 등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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