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좋은 개살구 한화생명, 빌려온 돈으로 IFRS17 준비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등 보완자본으로 건전성 높여
국제적 정합성 맞춰...보완자본 규제 강화시 건전성 ‘빨간불’

김승동 승인 2022.02.28 13:40 | 최종 수정 2022.03.01 13:29 의견 0

한화생명이 내년 도입 예정인 새국제회계기준(IFRS17)시 변경되는 신건전성기준(K-ICS, 킥스) 준비에 미흡한 것으로 분석된다. 본연의 이익체력을 개선하는 것 대신 보완자본인 빚으로 건전성 준비를 보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보완자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한화생명의 건전성도 악화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 기준 한화생명이 발행한 보완자본은 규모는 약 2조7000억원이다. 보완자본을 제외하면 한화생명의 기본자본(추정치)은 약 7조5000억원에 그친다. 자본성증권을 제외하면 3년 전인 2018년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기본자본은 자본금, 이익잉여금 등 자본의 핵심이다. 회계상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해주는 자본성증권은 보완자본으로 구분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6년 보험사에도 보완자본인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허용했다.

만기가 30년인 신종자본증권은 전액 자본으로 인정한다. 후순위채는 만기가 5년을 초과하면 전액 자본으로 인정하며 잔존만기 5년 도래시부터 매년 20%씩 자본인정 비율이 낮아진다. 1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경우 최초엔 100억원 모두 자본으로 인정하며, 잔존만기 5년부터 매년 80억원, 60억원 씩 자본인정 규모가 줄어드는 식이다.

◆ 부채 늘려 자산 확대한 한화생명, 자본은 제자리걸음
한화생명의 자산(부채+자본)은 약 130조원으로 지난 2017년 약 110조원 대비 19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는 18조원 증가한 반면 자본은 1조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즉 부채확대로 자산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보험계약을 받으면 보험사는 보험금·환급금 등으로 향후 고객에게 돈을 돌려줘야 한다. 이에 계약이 많아질수록 부채도 증가하는 구조다. 특히 저축성보험은 보험료 대부분이 회계상 부채로 계상된다.

보완자본 중 후순위채는 사업보고서의 미상환후순위채 규모에 자본인정비율을 적용해 재산출


부채 증가가 건전성을 낮추지 않도록 한화생명은 보완자본을 발행했다. 킥스 대비를 본격화한 2017년에는 보완자본이 약 650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조6700억원으로 2조원 이상 불었다. 이를 통해 한화생명은 총자본을 늘렸다. 킥스는 현행 건전성제도인 지급여력비율(RBC)를 대체하는 새로운 건전성 기준이다.

총자본에서 보완자본을 빼면 기본자본을 추정할 수 있다. 한화생명은 IFRS17 도입 준비 초기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기본자본을 늘렸다. 하지만 지난 2020년과 2021년은 기본자본이 감소했다. 즉 본연의 이익체력은 제자리걸음 중이라는 의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화생명은 다시 올해 초 7억5000만달러(한화 약 90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또 다시 보완자본 발행, 건전성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6년 보완자본 발행 허용 이후,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왔다. 보완자본은 기본자본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일부를 기본자본으로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킥스 도입 이후 금융당국은 풀었던 규제를 다시 조일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IFRS17 도입 배경은 회계 획일화를 통해 국제적 정합성과 비교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만 완화한 보완자본 규제를 유지하면, 건전성 기준을 새로 제정한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이익을 늘려 건전을 높이는 방법이 아닌 보완자본 발행을 통해 건전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향후 보완자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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