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금리상승 수혜 제한적...‘동전주 악몽 되풀이’

시중금리 상승 따라 금융당국 건전성 기준 강화...‘K-ICS 대비 부진’

김승동 승인 2022.03.02 15:58 | 최종 수정 2022.03.03 04:14 의견 0

동전주를 막 벗어난 한화생명이 신건전정제도(K-ICS, 킥스)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내년 변경 예정인 회계기준 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이에 시중금리가 상승해도 주가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지난 2021년 결산 시점 LAT(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잉여금은 2021년 상반기 약 6조3000억원 대비 1조원 가량 감소한 5조원 내외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시중금리가 상승해 발생한 긍정적인 효과보다 금융당국의 관련 규제 강화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컸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참고로 삼성생명도 같은 기간 LAT잉여금은 약 19조원으로 약 4조6000억원 감소했다. 즉 대부분 보험사의 LAT잉여금이 줄었다는 것. LAT잉여금이 줄어들수록 킥스 도입 관련 대비가 충분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킥스는 새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 적용하는 건전성 지표다. 다만 삼성생명은 한화생명과 달리 LAT잉여금이 이미 충분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시가로 평가하는 보험부채평가액이 줄어들고 이에 LAT평가액도 감소한다. LAT평가액 감소는 LAT잉여금 증가로 이어진다. 즉 시중금리 상승은 보험사 건전성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2021년 12월 말 시중금리(국고채 10년물)는 2.19%로 6월 말 2.10% 대비 약 0.08%p 올랐다.

그러나 시중금리 상승에도 LAT잉여금은 감소했다. 그 이유로 업계는 금융당국이 정하는 장기선도금리(LTFR) 변경을 꼽는다. 금융당국은 5.20%를 적용했던 LTFR을 지난해 말 4.95%로 0.25%p 낮췄다.

LTFR은 향후 60년 시점의 금리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보험사가 자산을 굴려 60년 후에 연 5.2%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가정한 것이다. LTFR이 낮아지면 보험부채평가액이 증가한다.

즉 시중금리 상승(0.08%p)으로 줄어드는 보험부채평가액보다 LTFR 인하(0.25%p) 영향이 더 컸다는 의미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향후 LTFR을 3%대까지 낮출 것을 시사했다. 시장금리가 상승해 시가로 평가하는 보험부채가 감소하면 금융당국은 시장금리 상승에 준하여 LTFR을 조정하겠다는 의미다.

LTFR 조정은 IFRS17 도입 배경에 따른 것이다. IFRS17은 글로벌 보험사의 회계 획일화를 통해 국제적 정합성과 비교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유럽은 현재 3.45%의 LTFR을 적용 중이다. 우리나라만 4% 후반의 LTFR을 적용하면, IFRS17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

한화생명 등 킥스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보험사는 시중금리가 상승해도 주가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금리가 오르면 금융당국은 자본건전성 규제를 강화할 것이며, 이는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킥스 대비가 충분하지 못한 일부 보험사는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수혜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는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그에 상응해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LTFR은 지속적으로 낮아질 뿐, 한번 낮아지면 다시 높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금리가 하락할 경우 킥스 대비가 충분하지 못한 보험사의 건전성은 큰 폭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LAT는 IFRS17 도입 준비의 일환으로 지난 2017년 도입했다. IFRS17 적용시 건전성지표는 기존 RBC에서 킥스로 변경된다. RBC는 자산은 시가평가하지만 부채는 원가평가해 자산-부채 실질 평가에 왜곡이 발생했다. 이런 왜곡을 줄이는 동시에 킥스 적용시 충격을 감소하기 위한 과도기적 평가기준이 LAT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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