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결산실적 발표를 앞두고 메리츠화재의 예실차(예정과 실제의 차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업계 평균보다 많은 규모의 예실차가 지속된 것이 배경이다. 예실차의 인위적 조정 의혹까지 제기됐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메리츠화재의 예실차(누적)는 3772억원을 기록했다. 예실차 비율은 10.0%로 전년도 결산시점(17.9%)보다 감소했다. 다만 ±5% 미만으로 관리하도록 한 금감원 권고치를 여전히 크게 웃돌았다.
업계가 메리츠화재의 예실차에 주목하는 건 타사 대비 과도한 규모 때문이다. 앞서 메리츠화재는 2023년 9009억원의 예실차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의 약 60%에 달하는 수치다.
[사진=메리츠화재]
예실차가 플러스(+) '추세'를 형성하는 것도 눈총을 받는 이유다. 보험사의 계리적 가정은 최선추정에 기반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보험부채 평가시 최적의 계리적 가정을 적용하도록 보험사들에 지속해서 주문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2023년 예상 발생보험금을 실제 발생보험금보다 무려 5685억원 더 크게 설정했다. 2024년 3분기 기준으로도 예상 발생보험금이 실제 발생보험금보다 4792억원 더 많았다.
예상 발생보험금을 지속해서 과도하게 설정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정한 방향으로 장기간 예실차가 발생한다면 모델 자체의 문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 IB업계 보험전문가는 "예실차가 일정한 방향으로 계속된다면 사용하는 계리 모델이 틀렸다는 방증"이라면서 "보수적인 계리가정이 지속되어 큰 예실차 규모를 유지하면 결국 보험가입자로부터 과도한 보험료를 걷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낙관적 가정을 적용해 과도한 보험계약마진(CSM)을 설정한 것이 문제라면 과도한 예실차에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형평성이 맞다"며 "감독당국이 이를 알고도 묵인한다면 사실상 방조하는 셈"이라고 짚었다.
메리츠화재가 과거 사업계획 수립시 예실차 목표치를 설정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앞서 메리츠화재는 2023년도 사업계획 수립 당시 예실차 이익을 통해 당기순이익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금융감독원은 정기검사에서 이를 확인, 의도적으로 계리적 가정을 실질과 다르게 설정한 경우 보험부채가 왜곡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메리츠화재에 최적의 계리적 가정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메리츠화재는 2023년 과도한 예실차에 대해선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낮은 손해율을 통계에서 배제하면서 보수적 가정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분기 IR에서는 지속적인 높은 예실차에 대해 장기간 이어지는 의료파업 영향으로 인해 실제 보험금이 예상보다 훨씬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실차는 예상 보험금과 사업비 등에서 실제 발생한 보험금과 사업비 등을 차감해서 구한다. 당초 보험사가 예상 보험금과 사업비를 보수적으로 가정하면 증가하는 구조다. 향후 점진적으로 이익에 반영되는 CSM과 달리 당기순이익에 즉시 반영된다. 보수적 가정을 적용하면 예실차가 늘지만 최선추정부채(BEL)가 증가하면서 CSM 상각이익이 감소한다. 메리츠화재가 미래이익을 당겨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