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국내·외 금리 간 발생한 비동조화 현상이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 양쪽에서 평가손실을 발생시킬 것이란 관측이다. 주요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 악화가 예상된다. [관련기사: 교보생명 K-ICS 150% 하회할까...해외금리 상승에 '비상']

2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3.81%를 기록, 전기(4.36%) 대비 0.55%p 하락했다. 하지만 4분기 4.58%까지 0.77%p 치솟으며 상승 반전했다.

미국 내 노동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게 주요 배경이다. 이달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채 발행이 증가해 채권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시장 기대감도 반영됐다.

[이미지=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추이,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반면 국내 채권금리는 지난해 4분기 오히려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 말 2.99%를 기록한 10년물 국채금리는 12월 한때 2.65%까지 떨어졌다. 12·3 계엄 발령 이후 상승해 지난해 말 2.86%로 마감했지만 여전히 3분기 말보다 낮은 수준이다.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돈데다 국고채 발행물량 축소로 인해 공급이 감소했기 때문이란 평가다.

[이미지=한국 10년물 국채금리 추이,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이런 금리 비동조화 현상이 국내 보험사들의 건전성 지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이 보유한 해외채권 잔액은 지난해 3분기 512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은 낮아진다. 지난 4분기 해외금리가 올랐으므로 보험사가 보유한 해외채권에서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당기손익이나 기타포괄손익(OCI)에 반영돼 지급여력비율 계산시 가용자본을 감소시켜 건전성 지표를 악화한다.

국내금리 하락은 보험부채 할인율을 낮추고 할인율 하락은 보험부채 평가액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해 4분기 국내금리 하락으로 할인율이 낮아져 보험부채 평가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가 증가하므로 손실로 인식된다. 이 평가손실은 지급여력비율을 낮춘다.

보험사들이 자산부채종합관리(ALM)를 하더라도 통상 보험부채 듀레이션이 더 길기 때문에 국내금리 하락으로 인한 자산평가액 증가분이 더 적은 게 일반적이다.

한 IB업계 보험전문가는 "지난해 4분기 국내외 금리가 동조하지 않은 것은, 외화 포지션이 증가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감독당국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라며 "자산, 부채 양쪽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이 해외채권을 대량 보유한 보험사의 4분기 지급여력비율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4분기 내내 가파르게 치솟은 환율로 인한 수혜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3분기 말 달러당 1307.8원에서 지난해 말 달러당 1472.5원까지 급등했다.

한 보험전문 회계사는 "통상 보험사들은 해외자산 대부분에 환헤지를 하므로 환율 상승으로 인한 해외채권자산 원화평가액 상승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도리어 환헤지를 위한 롤오버(월물교체) 비용이 지속해서 증가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