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채권 규모가 큰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비율)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4분기 해외금리 상승이 보험사의 평가자산에 영향을 미친 배경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생명보험사의 외화표시유가증권(일반계정 기준) 평가액은 93조27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생보 '빅3(삼성·한화·교보)'가 보유한 비중은 전체의 56.0%에 달했다.
빅3 생보사의 지난해 3분기 말 상각후원가측정(AC) 유가증권으로 분류된 자산을 제외한 외화표시유가증권 평가액은 ▲삼성생명 24조774억원 ▲교보생명 15조5325억원 ▲한화생명 7조681억원 순이다. 전체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교보생명 15.2% ▲삼성생명 9.9% ▲한화생명 7.0% 순으로 교보생명이 가장 높았다.
[이미지=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추이,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이들 증권은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유가증권(FVPL) 또는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유가증권(FVOCI)로 분류된다. 여기서 발생한 평가손익은 당기손익이나 기타포괄손익(OCI)에 반영된다. 평가손실이 발생하면 지급여력금액을 감소시켜 건전성 지표인 킥스비율이 낮아지는 구조다.
국내 손해보험사 중에선 DB손해보험의 외화표시유가증권 평가액과 비중이 가장 컸다. 지난해 3분기 DB손보의 FVPL과 FVOCI로 분류된 외화표시증권 평가액은 7조7258억원이다. 전체 운용자산에서 비중은 16.3%에 이른다.
이외에도 ▲흥국화재 16.2% ▲현대해상 15.7% ▲롯데손해보험 11.4% 순으로 FVPL과 FVOCI 외화표시유가증권의 비중이 높았다.
국내 보험사들이 보유한 외화표시유가증권 대부분이 외화채권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FVPL과 FVOCI로 분류된 채권은 해외금리 움직임에 따라 평가손익이 발생한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이 낮아져 평가손실이, 금리가 내리면 채권가격이 올라 평가이익이 난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기준금리는 낮아졌지만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상승했다. 미국 내 노동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게 배경이다. 또 이달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인해 채권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반영됐다.
한 보험리스크 전문가는 "국내 보험사가 보유한 외화표시유가증권 중 80% 이상이 외화채권"이라며 "지난해 4분기 해외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들 자산에서 큰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런 평가손실이 지급여력비율 계산시 가용자본 감소에 영향을 미쳐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 IB업계 보험전문가도 "향후 금리 움직임에 따라 채권자산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은 원복될 수 있다"면서도 "해외채권자산 규모가 큰 보험사의 경우 지난해 지급여력비율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교보생명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전 170.1%, 경과조치 적용 후 222.3%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