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만년 적자 라플·캐롯 TM 허용 로비...업계 형평성 논란
교보라이프플래닛 11년, 캐롯손보 5년...만년 적자 "CM만으론 역부족"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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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09:46 | 최종 수정 2024.09.0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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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디지털보험사들이 텔레마케팅(TM)채널 확대를 위해 지속해서 당국의 문을 두드리는 모양새다. 기존 온라인(CM)채널만으론 만년 적자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TM채널 판매 허용시 다른 보험사와 차별성이 사라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업권의 대표 디지털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캐롯손해보험이 TM채널 판매 허가를 위해 지속해서 로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운영 중인 CM채널만으론 흑자 전환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두 보험사가 TM채널 허용을 위해 지속해서 당국에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면서 "1사1라이선스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해당 안건이 보험개혁회의 등에서 논의됐으면 하는 기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교보라플과 캐롯손보는 지난 상반기 각각 76억원, 30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214억원, 7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은 적자 행진이다. 특히 2013년 출범 이후 11년째 적자를 지속 중인 교보라플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감사를 받은 전적이 없어 당국마저 관심을 거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내에선 디지털보험사가 성공할 수 없다는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다.
교보라플과 캐롯손보는 보험업법상 통신판매전문보험사다. 통신판매전문보험사는 총보험계약건수 및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우편·컴퓨터통신 등 통신수단을 이용해 모집해야 한다. 즉 양사 모두 원칙상으론 TM채널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인허가 당시 금융당국이 CM채널에서만 판매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여 지금껏 TM채널 판매가 금지된 상태다. 캐롯손보의 경우 그룹 내에서 기업성보험 인수 등 추가 매출을 확보하고 있지만 그 수준이 크지 않다는 평이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은 1만원 미만의 미니보험 형태가 대부분"이라며 "미국, 중국 등 거대 시장이 아니고서야 수익이 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디지털보험사라도 영업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조직 및 시스템 구축 비용이 필요하다"면서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하면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교보라플과 캐롯손보로선 TM채널 개통을 수익 개선 돌파구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올해 기대를 모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서도 예상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은 탓이다.
다만 양사에 TM채널 판매를 허용할 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당초 CM채널만 운영한다는 조건으로 두 보험사에 인허가를 내줬다"면서 "양사의 TM채널 판매가 가능해지면 기존 보험사와 차별성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TM채널 허용에 대한 요구는 사실상 온라인전업사로서 실패를 자인하는 격"이라며 "가뜩이나 많은 보험사 수만 늘리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디지털보험사에 TM채널 허용은 당초 혁신성을 인정해 인허가를 내준 당국 취지에 어긋난다"며 "일단 TM채널을 허용하면 음지에서 대면 영업까지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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