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입원일당 60만원’ 이슈, 절판 그리고 실적과 거짓말

김승동 승인 2024.08.20 10:35 의견 0

“아플 때 만이라도 편하게 쉬셔야죠.”
이 한마디 멘트로 입원일당을 수백건 팔았다는 설계사를 만났다. 그리고 그 설계사는 최근 기분이 좋다. 절판 이슈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음 달부터 1인실 입원비가 축소됩니다. 지금 가입하는 게 마지막 기회입니다.”

김승동 뉴스포트 기자


이달은 영업 현장에는 이슈가 없었다. 특별한 신상품도 없었다.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할 위험이 발생했다. 이에 현장에서 영업하는 설계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보험 계약이 줄어들면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설계사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본사 영업조직 관리부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된다. 실적이 곧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친다.

업계는 이슈를 만들었다. 절판이다. 대상 상품은 올해 초부터 보장 세분화와 보장금액 상향 조정으로 인기를 끌었던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일당이다. 기존까지 입원일당 보험금은 1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종합병원 40만원+상급종합병원 20만원으로 입원시 매일 6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담보가 나왔다.

해당 담보는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자 다수의 보험사가 입원일당 보장금액을 똑같은 6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는 철저한 계산이 깔렸다.

마케팅 전략에는 과거 다인실에 입원했던 환자의 고충이 숨겨져 있다. 편히 쉬어야 하는데 옆 병상 환자의 앓는 소리, 코 고는 소리에 불편하다. 여기에 크게 틀어놓은 TV소리는 덤이다. 한밤 중에도 간호사가 수시로 병실에 들어온다. 이 때문에 갑자기 병실 불이 켜져 잠을 설친다.

프라이싱(손해율) 전략도 빛났다. 1인실에 입원을 원하는 환자가 증가한다 해도 (상급)종합병원은 단기간에 1인 병실을 늘릴 수가 없다. 이에 해당 담보는 많이 팔수록 손해율은 오히려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 손해율은 수입보험료 대비 지급보험금 비율이다. 이에 과거 통계를 기반으로 프라이싱(가격책정)을 하고 판매하면, 향후 손해율은 안정화 된다. 즉 효자상품이 된다는 의미다.

가입자는 1인실 입원에 대한 비용을 보험사로 전가하면서 편하게 쉬면서 치료에 전념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판매하는 설계사도 상품을 만든 보험사도 그리고 가입자도 모두 좋은 담보다.

이 담보의 보장금액을 기존 60만원에서 절반 수준인 30만원으로 줄이겠다는 게 절판 이슈의 핵심이다. ▲삼성화재·흥국화재 15일 ▲KB손보·메리츠화재 16일 ▲롯데손보 18일 ▲DB손보 19일까지만 판매한다고 영업 일선에 알렸다.

절판 이슈가 생기니 또 다시 판매량에 불이 붙었다. 가입 고민을 끝내고 초회보험료를 납입하는 소비자가 급증한 덕이다. 그러나 실제 판매 중단 시기가 되니 보험사들은 판매 기간을 모두 연장했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이달 말까지 보장금액 60만원 판매를 지속한다는 거다.

이 같이 업계가 절판 이슈를 만들고 다시 판매 기간을 연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지속 돼 온 관례다.

절판 이슈로 급하게 가입한 고객은 ‘속았다’라는 생각을 한다. 사람은 심리적으로 이익보다 손해에 민감하다. ‘지금 아니면’이라는 생각에 시간에 쫓겨 급하게 결정했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판매자인 설계사는 거짓말쟁이가 된다. 판매를 위해 절판 이슈를 억지로 만들어 낸 것이 됐기 때문이다. 보험사도 신뢰도가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절판 이슈는 지속 될 수밖에 없다. 판매가 부진하면 절판 이슈는 지속 생길 것이다. 현재 보험 판매 시장은 법인보험판매대리점(GA)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절판 이슈로 계약 몰이를 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보험 시장의 신뢰도는 제고 되기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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