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심평원 정보 무단수집 논란 '건강e음 악용'
가입자 진료기록 조회...보험금 부지급에 활용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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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9:48 | 최종 수정 2024.06.2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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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허리 통증으로 치료를 받고 실손의료보험 보험금을 청구했다. 얼마 뒤 손해사정 조사업체 B씨가 방문했다. B씨는 과거 진료내역을 확인해야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어플 '건강e음'에 접속한 후 A씨 휴대폰으로 전달된 인증번호를 입력했다. 과거 5년의 진료내역을 모두 조회, 과거 코에 난 물혹을 고지하지 않고 보험에 가입했다며 계약을 해지했다.
고객 민감정보를 수집하는 보험사의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대로 된 정보제공 동의 절차 없이 보험금 청구와 무관한 진료내역까지 일괄 수집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심평원 어플 '건강e음'이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금 청구시 조사업체 직원이 고객의 건강e음 내 과거 진료내역 정보를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처럼 조사업체 직원이 본인 휴대폰에 인증번호를 입력한 뒤 고객 본인인 양 조회하는 경우는 물론, 고객이 접속한 화면을 촬영해 보험사에 전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설계사는 "조사자가 고객에게 병원 다녀온 이력이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 그 자리에서 함께 찾아봐주겠다면서 자연스럽게 휴대폰 인증번호를 요구했다"며 "별다른 동의도 구하지 않고 필수절차인 양 이야기하니 고객으로선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보험사는 고객 스스로 인증번호를 알려줬으므로 정보제공에 동의한 셈이라는 입장"이라면서 "처음부터 조사자가 5년치 진료정보를 모두 확인하겠다고 말할 시 이에 응할 고객이 과연 얼마나 많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보험사가 적법한 정보제공 동의 절차 없이 고객 정보를 수집하는 행태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조사자 휴대폰에 관련 정보가 남을 경우 악용될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주체로부터 ▲개인정보 수집·이용의 목적 ▲개인정보의 항목 ▲개인정보의 보유·이용 기간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 등에 대해 알려야 한다. 이를 알리지 않는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앞서 A씨 사례에서 B씨는 수집하려는 개인정보의 목적과 항목, 이용 범위 및 기한 등에 대해 명확히 알리지 않았다. 게다가 보험금 지급 절차라는 목적을 알렸더라도 보험사가 이를 당초 목적(보험금 지급)을 넘어선 다른 목적(계약 해지)을 위해 사용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게 관련 부처 담당자의 시각이다.
정보보호위원회 한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 횟수가 많아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건에 대해선 보험사가 조사요청 할 수는 있다"면서도 "현재의 보험금 청구건과 무관한 진료내역 모두에 대해 조회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정보주체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추라는 내용도 포함됐다"면서 "보험금 지급을 위한 필수절차가 아님에도 필수절차인 양 안내했다면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동의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일괄적인 판단보다는 사안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당초 조회하기로 한 기간을 넘어 조회하는 등 개인정보 수집시 동의 받은 내용과 다르게 운영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보험사로서도 보험 가입 직후 보험금 청구가 들어온 근접사고건 등에 대해서는 면밀히 조사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평원 어플상 진료내역 조회를 요청하는 것에 대해 일괄적으로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보다는 사안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2년 8월부터 건강e음을 통해 '내 진료정보 열람'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정보주체 본인이 지문인식 등 간편 인증만으로 최대 5년치 진료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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