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산출기준 변경 탓’...삼성·한화生, 1분기 실적 급감
IBNR 제도 변경에 따른 일시적 영향
계리 전문가 "실손보험 많은 대형사일수록 영향 커"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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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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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업계 일명 '빅2'의 1분기 보험손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했다.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제도 변경의 영향으로 추가 적립금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다만 이는 일시적 요인으로 곧 평년 수준을 되찾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0일 각사 공시에 따르면 1분기 삼성생명, 한화생명의 보험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대폭 감소했다. 올 1분기 보험손익은 삼성생명 2682억원, 한화생명 90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1155억원, 814억원 줄었다. IBNR 제도 변경에 따른 영향으로 삼성생명은 기타손실 780억원, 한화생명은 예실차손실 840억원을 인식한 탓이다.
손해율도 악화됐다. 삼성생명의 올 1분기 손해율은 전년 동기(90.9%)보다 1.9%p 상승한 92.8%였다. 한화생명은 전년 동기(89.9%)보다 6.1%p 상승한 96.0%의 손해율을 기록했다. 손해율은 사고보험금과 IBNR을 합한 금액을 위험보험료로 나눠서 구한다.
양사는 보험손익과 손해율 악화가 일시적 요인에서 기인했다는 입장이다. 양사 관계자는 "IBNR 제도 변경에 따른 보험손익과 손해율 악화는 이번 분기에 국한된 것"이라며 "2분기부터는 두 값 모두 예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IBNR은 보험사고가 발생해 지급의무가 있지만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 향후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추정한 금액이다. 머잖아 지급해야 할 돈이므로 보험사는 이를 책임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IBNR 측정시 필요한 사고일자에 대한 기준을 제시, 올해 3월까지 수정 반영하도록 보험사들에 주문한 바 있다. 보험사가 사고일자로 지급사유일(최초 병원 내원일)을 적용할 경우 책임준비금이 과소 산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그간 생명보험사들은 IBNR 측정시 지급사유일을 보험사고일자로 사용해왔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서 일부 담보를 제외하고는 지급사유일을 원인사고일(실제 사고 발생일)로 전환해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원인사고일이 지급사유일보다 앞서므로 결산 시점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기간은 더 길어진다. 기간의 차이만큼 보험사가 IBNR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 추가한 적립금은 당기 손실로 인식된다. 앞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IBNR 추가 적립금만큼 보험손익에 손실로 반영했다.
한 보험계리 전문가는 "통상 지속적으로 후속보험금이 발생하는 상해보험을 많이 보유할수록 IBNR 제도 변경에 따른 영향이 클 것"이라면서 "특히 실손의료보험에 상해 관련 건이 많으므로 실손보험을 많이 보유한 대형사가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농협생명은 보험손익이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신한라이프와 농협생명 관계자는 "IBNR 제도 변경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제도 변경에 따른 손실이 적지 않았으나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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